서양화가 권여현씨가 28일~9월14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화랑사계
(720-9734)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바늘구멍"을 부제로한 이번 전시회의 출품작은 "바늘구멍"
"깔때기-얼굴" 연작및 "깔때기" "사람"등 20여점.

평면회화에서 낼수있는 온갖 미적 감각과 기법을 동원, 무언가 의미심장한
내용들을 전해주고있는 그의 작품은 뛰어난 재질감으로 시각과 감각을
동시에 자극하고있다.

그의 작품은 화면의 절반이상에 다채로운 질료를 사용해 감각적인 화면을
연출하는 독특한 화면구성이 특징.

그위에 온갖 기호와 형상, 사진복사물, 원과 막대, 깔때기와 점선등을
얹어 속도감과함께 빛의 발산효과를 냄으로써 마치 영화스크린같은
시각이미지를 창출해내고있는 작가는 여기에 인간사의 모든 문제들도 함께
빼곡이 담아내고있다.

인간사의 여러문제중에서도 작가가 궁극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것은 자아에대한 물음.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대한 해답을 화면을 통해 진지하게 구하고있는
그는 최근작의 경우 자아에대한 관심과 의문이 한층 폭넓게 반영되고있다.

작가는 구한말과 일제시대를 살았던 역사적 인물들의 사진카피와
이시대를 살고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작품속에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신체를 매개로 과거와 현재의 인물들을 바늘구멍을
통해 연결시키는 기발한 기법을 선보이면서 자신의 존재의미에 대한 강한
물음을 제기하고 있는것.

서울대 서양화과및 동대학원을 졸업한 권씨는 동아미술상(86년)
중앙미술대전 우수상(90년) 석남미술상(91년)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원광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 백창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