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자금을 재원으로한 가계대출을 전월 신탁증가액의 30%이내로
억제하라는 재정경제원의 지시가 나왔다.

이같은 재경원의 조치는 최근들어 크게 늘어난 가계대출이 과소비와
금리오름세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 4월까지만해도 신탁가계대출은 신탁예금증가액의 16%정도였으나
5월이후에는 56%로 커져 소비금융의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게
재경원측 설명이다.

가계대출의 주종은 신탁대출이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가계의 은행대출은
매우 어려워질 전망이다.

최근들어 실세금리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고 과소비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각 은행에 시달된 이같은 재경원의 지시에 대해 적잖은
우려를 갖는다.

비용과 효과라는 측면을 동시에 고려할때 특히 그렇다.

과소비를 진정시키기위해 소비금융을 줄이는등 뭔가 대책을 내놔야할
재경원의 고충을 우리는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특정자금의 대출한도를 정하는 식의 금융정책을 계속 되풀이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소비금융을 줄이는 쪽으로 협조해달라고 막연히 요청하는 것보다 "한도"를
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지 않느냐고 반문한다면, 앞으로도 그런
방식으로 금융정책을 펴나간다면 개방시대에 국내금융기관은 살아남기
어렵다.

이제 재경원과 은행은 좀더 대등해야한다.

만사를 시시콜콜 정해줘야겠다는 과보호의식,어쩌면 불신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자세는 버려야할 때가 됐다.

무슨 자금은 얼마까지 내라는 식의 통화관리는 이제 지양해야 한다.

과소비진정을 위한 것이건 금리안정을 위한 것이건 간에 그렇다.

방향을 제시하고 협조를 요청하는 선에서 그쳐야한다.

은행들이 자율과 책임을 의식하지 못하면 안될 때가 됐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화폐발행고 지준율등을 통한 본원통화조절과 공개시장조작방식의
간접적인 방법으로 통화관리를 해나가는 것은 이제 구호에만 그쳐서는
안된다.

우리는 최근의 금리오름세가 가계대출.

곧 소비금융의 증가때문에 빚어진다는 견해에 대해서도 시각을 달리한다.

물론 소비금융이 과소비를 부추기는 일면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기 물가등 거시경제흐름,금융기관의 과다한 수신경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본다.

가계대출에 대한 규제는 자칫 긴축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져 오히려
자금에 대한 가수요를 부추겨 새로운 금리상승요인으로도 작용할수
있다.

최근들어 단기금리가 급등한 것은 각 금융기관들이 한은의 긴축움직임에
따라 다투어 자금확보에 나선 때문이라는 자금시장관계자들의 진단을
감안하면, 자칫 이들의 불안을 더하게할 조치가 과연 바람직했는지
의문이다.

과소비로인한 수입증가가 국제수지적자의 큰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일이지만 그것은 꼭 가계에만 책임이 있는 것도, 가계대출을 다소
핀다고해서 해결될 성질의 것도 아니다.

소비절약을 위해서는 좀더 종합적인 대책이 나와야 설득력이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