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원래 공짜(Free Rider)가 없어야 제대로 굴러가도록
설계돼 있다.

공짜가 있으면 덜커덩 소리를 내기도 하고 체온을 재는 바늘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기도 한다.

23, 24일 이틀간 실시된 장외주식 입찰공모도 예외없이 비상벨을 울렸다.

입찰자가 적어 유찰이 되는 사태는 흔하나 케이디씨정보통신은 입찰자가
넘쳐 흘러 유찰사태가 예고되는 희안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제도가 보장해주는 프리미엄이 바로 이런 사태를 몰고왔다.

장외주식 입찰에 시중 재테크 자금이 몰려드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입찰물량을 받기만 하면 돈을 벌게 돼있다.

최고 입찰가격제도 때문이다.

장외시장에 등록된 이후 첫 매매가격은 최저낙찰가에서 결정이 되고,
입찰을 대행하는 증권사는 등록후 주가가 최고낙찰가의 50-100%에 이를
것이란 홍보자료를 뿌려댔다.

그러니 투자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 수 밖에.

증권업협회가 최고입찰가 제도를 도입한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지분율 1% 미만의 투자자 50명 이상이 10% 이상의 지분을 소유해야
장외시장에 등록이 되는데 기관투자자라면 모를까 일반투자자들이
주식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고, 그런 그들에게 안정적인 투자수익률을
보장해 장외시장을 활성화시키자는 취지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그런 취지가 아무리 훌륭하고 수긍이 간다해도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정상적인 자금시장의 흐름마저 흔들어 놓는다면
당사자로선 아쉽겠지만 입찰 최고가격은 마땅히 폐지시켜야 한다.

94년 11월 한국통신 입찰때 은행돈까지 빌려가며 4조원의 시중자금이
몰리자 그것이 몰려다녀 물가를 부추길 것을 우려한 정부당국이
통화줄을 죄는 바람에 쓸데없이 금리만 올려 놓은 일이 있었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물가가 불안한 시점이다.

프리미엄이 문제를 만들고 있다면 그것을 없애면 될 일이다.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풀려다가 또다른 문제를 만들어낸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될 것이다.

허정구 < 증권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