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총학생회장 "홍대길"(경영학과 4년).

"홍대의 길"이라는 좋은이름을 가진 대길이의 별명은 예상밖으로
"사이코"다.

우선 스물 여덟의 복학생 신분으로 서울에서 유일하게 비운동권 출신
총학생회장이 된 것부터가 그렇다.

총학생회장 출마전에는 단돈 154만원과 배낭 하나로 6개월간 미국대륙을
휘젓고 다녔다.

한탄강에서 급류에 휘말린 14명의 피서객을 구해냈던 탁월한 수영실력으로
미국인들에게 수영강습을 할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총학생회장이 됐어도 "사이코"는 역시 "사이코"였다.

대길이는 학기당 2,200만원에 달하던 총학생회의 지출규모를
800여만원으로 대폭 줄이고 나머지 1,400만원은 학우들의 학술지원금으로
돌려버렸다.

전국 최초인지는 몰라도 극히 이례적인 일인 것만은 분명하다.

서울시내 미술관에 대한 가이드북을 만들어 보겠다는 미대생, 우리말
희곡을 영역해 영어 연극을 해 보겠다는 영문과 학생들, 컴퓨터 맥보드를
제작하겠다는 공대생등..

대길이가 꿈꾸는 이상적인 총학생회의 모습은 이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는 것이다.

"대동제등 대형 사업비에서부터 신문.잡지 구독료같은 자잘한 경비까지
최소화하고 대신에 기업체등을 돌아다니며 후원을 받아 충당했어요.

학우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총학생회가 가장 민주적인
총학생회 아닐까요"

대길이는 이번 여름방학에도 엉뚱한 일을 저질러 볼 작정이다.

전국의 70여개 고등학교를 돌며 홍익대를 홍보하는 것이 대길이의
"방학중 계획"이다.

"지방의 고등학생들로부터 "홍대를 가고 싶은데 어떤 학교인지 잘
모르겠다"는 편지를 몇번 받았어요.

학교측의 형식적인 홍보만으로는 안되겠다 싶어 제가 직접 만나볼
생각입니다"

졸업후에는 광고회사에 취직하고 싶다는 대길이는 요즈음 총학생회 일,
취업준비, 계절학기 강의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어 새벽 3시나
돼야 잠자리에 든다고 한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