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은 인간에게 있어 작은 우주공간이다.

주택은 여름의 비바람과 겨울의 추위를 막아줄 뿐 아니라 가족을 하나로
연대시키고 가족구성원의 건강도 지켜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주택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편리성만 추구한 결과
주택의 기본적인 기능이 배제되고 천편일률적으로 집을 짓는 현실이
되었다.

그러면 살기좋은 집의 조건은 무엇인가.

풍수이론에서는 "앞이 막히지않고 햇빛이 잘들며 바람(공기)의 순환이
잘되고 흙의 빛깔이 좋으며 물이 맑고 깨끗한 곳"이어야 한다고 하였다.

결국 항시 신선한 공기를 마실수 있어야하고 햇빛이 잘드는 집이 좋다는
상식과 같은 얘기다.

풍수에서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은 집이나 남쪽이 높고 북쪽이 낮은
집을 흉가로 보는 이유는 바로 채광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또 옛사람들은 막다른 골목집은 공기의 순환이 안돼 피했고 생토가 아닌
매립지는 부동침하의 위험때문에, 벽에 금이 가거나 물이 스며드는 집은
습기가 많아 위생문제로, 어둡고 그늘진집은 채광이 나빠, 주변의
지대보다 낮은곳은 홍수나 장마에 침수의 위험이 있어 각각 피했다.

토지는 윤기가 있고 기름지며 밝은곳을 골랐고 땅이 말라 윤택하지
않은 곳은 초목도 제대로 자라지 않기에 집터로서 터부시했다.

그밖에도 절터 사당터 논자리 옛길 무덤터 대장간 군영터 등을 피했다.

여기에는 허무맹랑한 미신적인 요소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의 심리적인 측면에서보면 당연한 것이다.

또한 집만 크고 사람이 별로 없는 집,대문만 유난히 큰집, 창문이
너무 많은 집을 좋지않게 보는것은 적절한 조화를 추구하는 뜻이
담겨있고 실질적으로 주택의 냉 난방등 관리비의 과다지출이 생겨
경제적으로도 불리한 탓이다.

결국 주택이란 가장 편안한 공간으로"휴식할 수 있고 내일을 위해
재충전 할수 있는곳"이어야 한다.

그래서 주택내부의 구조도 매우 중요하다.

주인의 방은 될 수 있으면 주방에서 멀리 떨어진, 어린이나 노인의
방은 남쪽이나 남동쪽, 아이들의 공부방이나 서재는 북서쪽이 좋다.

침실은 동쪽이나 남동쪽이 무난하다.

옛날에 다음대의 왕위를 이어받을 세자가 거처하는 곳을 동궁이라고
했던것은 동쪽은 양기를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과학적으로도 동쪽에서 뜨는 햇빛에는 자외선이 많이 방사된다고 한다.

자외선은 살균력이 있어 건강에 좋다.

이렇듯 옛 선조들은 집을 지을때와 집터를 고를때 지세에 따라 물 바람
사람 방향을 적절히 조화시켜 최적의 주택공간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결국 풍수를 따져 택지를 선정하고 배치를 하던 옛사람들의 지혜는
오랜 경험을 통하여 검증한 지극히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것이었다.

정광영 <한국부동산컨설팅 대표>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