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의 손이 어둠 속에서 언홍의 발가락들을 만지더니 복숭아뼈
근방으로 올라왔다.

그러더니 방향을 바꾸어 발바닥 쪽으로 내려갔다.

가사가 손바닥으로 언홍의 발바닥을 아주 부드럽게 쓰다듬자 언홍은
간지러워 어절 줄을 몰랐다.

그러나 그 간지러움은 곧 이상 야릇한 느낌으로 변하여 아랫도리로
퍼져 나갔다.

언홍이 아직까지는 그 느낌의 정체를 잘 알아 차릴 수 없었다.

이번에는 가사가 언홍의 왼발 복숭아뼈를 혀로 핥다가 복숭아를
물듯이 입안에 넣어 오물거렸다.

그러자 언홍은 간지러움과 함께 허벅지 안쪽이 훅 당기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조금 틀고 말았다.

가사가 복숭아뼈를 입에서 가볍게 혀로 밀어내고는 다시 손가락들을
세워 언홍의 장딴지를 훑어나갔다.

가사의 손길은 마치 항아리를 감상하며 쓰다듬는 손길과도 같았다.

가사는 언홍의 무릎 종지뼈를 손으로 싸쥐고 주물러보더니 매끄럽고
넓적한 허벅지로 슬그머니 손을 뻗었다.

언홍은 가사의 손이 허벅지 위에 얹히자 그 손의 감촉을 더욱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늙어서 약간 수분이 마르고 윤기가 없는 손이긴 하지만 그래도 평생을
선비로 살아온지라 손가락들이 아직은 섬섬옥수처럼 가늘고 부드러운
구석이 있었다.

그런 손가락과 손바닥이 허벅지를 살짝 꼬집듯이 쥐었다 풀었다 하며
쓰다듬으니, 언홍은 남자 경험이 없었으면서도 숨이 헐떡거려지면서
아주 좋은 느낌이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아, 나이 오십이 넘은 늙은 남자도 열일곱 여자의 몸을 달아오르게
할 수도 있는 것이구나.

언홍은 평소에 그런 일이 불가능할 것이라 여겼다가 새로운 사실을
깨닫는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가사 대감도 몸이 달아올라 이제 곧 자기 몸을 덮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사뭇 긴장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가사는 여전히 교의에 앉은 채 언홍의 몸을
만지기만 하였다.

드디어 가사의 손이 언홍의 허벅지 안쪽 깊숙이 들어왔다.

거칠게 들어온 것이 아니라 아주 천천히 부드럽게 깃털처럼 들어왔다.

가사는 새끼손가락을 주로 사용하면서 불거웃의 숲을 뒤졌는데 거기
옹달샘에 손을 적시자, 언홍은 견딜 수 없는 신음을 거칠게 토하며 몸을
여러번 뒤틀었다.

"후"

가사가 만족스러운지 안타까운지 한숨을 내쉬더니 언홍을 침상에서
방바닥으로 내려오게 하고는 등불을 다시 밝힌 후, 술상에 놓여 있던
안주들을 언홍의 알몸 위에 주섬주섬 놓기 시작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