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이봉구특파원 ]

기아자동차가 생산키로 한 인도네시아 국민차문제와 관련, 일본이 관민
합동의 총력방해공작을 계속하고 있다.

일본언론들은 12일 일본정부가 인도네시아의 국민차계획은 WTO(국제무역
기구)협정에 위반된다고 지적, 빠르면 내달중이라도 WTO에 제소키로 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나 대장성의 한 관리는 "그 같은 결정을 내린일이 없다"고 부인하고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문제는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를 둘러싼 국제분쟁으로 발전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기아측은 현지 합작업체가 생산능력을 갖출 때까지 1단계는
한국에서, 2단계는 인도네시아의 다른 업체에서 생산한후 합작공장이 준공
되는 98년4월부터 본격적인 조립생산에 들어간다는 3단계 생산계획을 이미
발표해 놓고 있다.

일본정부가 WTO제소방침을 굳힌 것은 최근 열린 두차례의 실무레벨협의
에서도 인도네시아정부가 당초계획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측은 이협의에서 "국민차계획은 WTO규정에 위반되지 않으며
계획을 철회할 뜻도 없다"고 분명히 밝혀 왔다.

양국은 곧 3차협의도 가질 예정이지만 인도네시아의 입장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따라 일본정부는 <>인도네시아가 실제로 한국차를 무관세로 수입할
경우 <>구미국가들이 인도네시아를 WTO에 제소할 경우 <>제3차협의가 중지
되거나 진전이 없을 경우등의 한시점을 골라 인도네시아를 WTO에 제소한다는
방침을 굳혔다.

일본정부는 특히 한국에서 만든 완성차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키로한
대통령령은 악질적인 WTO위반 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정부가 이처럼 집요한 공세로 나오고 있는 것은 업계의 힘만으로는
한계를 느낀 자동차메이커들이 정부차원에서의 대책을 촉구하며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그동안 인도네시아의 경제개발과 관련, 대규모 자금지원을 해온
점 등을 이용해 압력을 넣자는 속셈이다.

일본메이커들은 현재 인도네시아시장의 90%이상을 장악하고 있지만 기아
자동차가 생산하는 국민차가 투입되면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민차는 일본차들에 비해 절반수준의 가격에 판매될 예정이어서 경쟁력
측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국민차가 나올 것을 알고 있는 수요자들이 자동차구입을
미루고 있어 벌써부터 일본차들의 판매감소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따라 일본업계는 "국민차계획이 대통령아들을 지원키 위한 것이냐"
"한국차를 어떻게 인도네시아의 국민차로 부를 수있느냐"는 등의 원색적
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본정부및 업계의 항의는 일본메이커들이 기술이전을 등한히 해
인도네시아의 반발을 사게됐다는 점을 무시한 아전인수격의 주장이란 비난을
면키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수하르토대통령의 셋째아들 후토모 만다라 푸트라씨가 기아자동차를
제휴선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기아는 기술을 공여하기 때문"이라고 지적
하고 있는 점이 인도네시아의 불만을 상징한다.

일본메이커들은 동남아시아각국에 조립공장을 갖고 있지만 중요부품공장을
나라별로 분리해 한나라에서 완성차를 만들기는 어렵게 하는 전략을 펼쳐
왔다.

말하자면 지속적으로 단물만 빼먹으려다 스스로 제무덤을 파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두번째 국민차메이커를 노리는 비만트라그룹이 선택한 제휴선도 한국
메이커인 현대자동차다.

일본업체들의 끈질긴 방해공작은 시장지배력을 한국메이커들에 빼앗길지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몸부림에 다름아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