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이봉구특파원 ]

미미쓰비시자동차(MMMA)가 미연방고용기회균등위원회(EEOC)로부터 사상
최대규모의 성적학대가 행해졌다고 제소당한 사건은 양국정부및 재계를
긴장속에 몰아넣는 대사건으로 발전하고 있다.

미쓰비시측은 불매운동을 불러 일으키는등 기업이미지를 크게 손상시킨
이번 사건을 조기진화키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다른 기업들도 이번사건이 해외시장진출과 관련해 좋은 교훈을 주는
사건으로 보고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최근 해외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는 한국기업들에게도 이번 일은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MMMA의 성적학대사건 전개과정과 일본기업들의
움직임을 종합해 본다.

<>사건개요 : 발단은 EEOC가 지난 4월9일 "여성종업원에 대한 성적학대를
방치해 미공민권법을 위반했다"며 MMMA를 일리노이주연방법원에 제소하면서
비롯됐다.

EEOC는 지난90년부터 지금까지 미국미쓰비시자동차의 여성종업원 수백명이
성적학대및 승진 승급등에서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피해자 1인당 최대
30만달러의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내놓고 있다.

EEOC는 남성종업원이 공장내에서 여성종업원의 가슴및 엉덩이를 더듬는가
하면 승진을 빌미로 성관계를 요구하는등의 사건이 장기간에 걸쳐 계속
됐으나 회사측이 이를 방치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회사 여성종업원들은 92년 성적학대를 이유로 EEOC에 고충을 호소했고
94년에는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에따라 EEOC는 94년 MMMA를 조사했고 지난해 시정권고를 내놓았다.

미쓰비시가 제소까지 당한 것은 권고를 받고도 EEOC와 충분히 협의치
않는등 문제를 과소평가했던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미여성기구및 흑인지도자 제시 잭슨목사등이 지난12일 미쓰비시계
딜러들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전개키로 선언해 파문이 계속 확대되고
있으며 사건해결도 장기화될 전망이다.

<>미쓰비시측 대응 : 이 사건이 세계적 관심을 끌게된 것은 지난 4월22일
2,600여명의 종업원들이 회사측의 무고를 주장하며 EEOC에 항의데모를 벌인
것이 계기가 됐다.

데모참가자의 교통비및 식비를 회사가 부담했기 때문에 미쓰비시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종업원을 반강제적으로 동원했다"는 비판을 받게 됐으며
불매운동이 전개되는 결정적 원인이 됐다.

이번 사건을 과소평가한 미쓰비시측은 사태가 악화되기 시작한 4월말부터
서야 컨설턴트를 고용하고 변호사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또 사외인사들로 구성된 특별조사단을 구성해 성적학대와 관련한 실태조사
를 실시하고 직장개선안도 제출토록 했다.

그런가하면 나카무라 히로가즈 미쓰비시자동차회장은 MMMA측에 성적학대에
관한 매뉴얼부터 소수민족고용에 이르기까지 독자적인 직장환경개선안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미국여론을 무마하는 한편 사건을 하루라도 빨리 수습하려는 고육책이다.

<>미일의 현황 : 성적학대에 대한 인식은 미국과 일본간에 큰 차이가 있다.

일본의 경우는 남녀차별이 체질화돼 있지만 미EEOC는 "성에 관한 모든
환영받지 못하는 행위"를 성적학대에 해당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근무형태 승진 승급 고용등의 면에서 차별이 있어도 성적학대에 해당한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이와 관련한 사건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성적학대로 인한 고발건수는 95년중 1만5,549건 하루평균 43건에 달한다.

반면 일본의 경우 성적학대가 문제시되는 경우는 대단히 드물다.

도쿄도에 접수되는 성적학대관련상담은 매년 수백건정도에 그친다.

웬만한 정도의 성적학대는 참고 지나가는 여성들이 대부분이라는 이야기다.

<>일기업 관련사례 : 일 기업들이 구미지역에서 "성적학대" 문제로 궁지에
몰리는 사례는 최근들어 크게 늘고 있다.

지난92년 스미토모상사 시카고지점이 현지채용 여성직원으로부터 제소를
당했으며 같은해 이토추상사도 미국에서 곤욕을 치렀다.

또 도요타자동차는 지난93년 호주에서 성적학대혐의로 코너에 몰렸고
올들어서는 후지은행이 유럽(영국)에서 도마위에 올랐다.

특히 후지은행의 경우는 소송에서 패해 1,300만엔의 지불명령을 받음으로써
혐의를 공식인정(?)받았다.

미쓰비시자동차가 관련된 이번사건의 경우는 국제적 사건으로까지 비화
됐다는 점에서 성적학대문제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한번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산업계 움직임 : 이토추상사는 성적학대관련 매뉴얼을 만들어 사내
세미나에서 내용을 철저히 주지시키고 있다.

성적학대는 가해자뿐아니라 상사및 회사도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며 모든
형태의 성적학대를 절대금지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쓰이물산은 지난해 100페이지이상의 판례집을 발간했고 특히 "고용차별"
과 관련된 성적학대사례를 열거해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미쓰비시상사의 경우는 미국에서는 기모노를 입고 있는 여성이 등장하는
포스터나 캘린더등도 사무실내에 걸지 말도록 지시하고 있다.

닛산자동차는 사원이 미국에 부임하면 현지 인사담당자가 성적학대에
관해 특별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도요타자동차도 현지종업원과의 트러블
방지매뉴얼을 작성해 파견사원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또 해외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이 가맹하고 있는 일본재외기업협회는 "해외
투자행동지침"을 발표해 현지에 적합한 노사관계를 확립토록 촉구함과
동시에 가이드북을 통해 실례를 들어가면서 성적학대문제의 최근 경향과
대책을 면밀히 제시하고 있다.

이 협회는 구미에서는 성적학대문제가 안전성문제에 다음가는 위치를 점할
정도로 중요시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성적혐오행위뿐아니라 고용및
근무상에서의 남녀차별도 성적학대로 취급되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
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