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격언에 "악재는 몰려 다닌다"는 말이 있다.

요즘이 바로 그런 형국이다.

수출 경기 후퇴소식에다 불안한 금리, 경색된 정치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무슨 의욕이 솟아 주식에 투자할까마는 여기에 증권감독원장의 구속까지
겹침에 따라 투자여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거래량과 예탁금이 줄고 단기 급락의 충격도 있어 외부여건
악화 부담이 어느 때보다 무겁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수급의 구조마저 걱정스러워 질수 있는 한주간이다.

지금 예탁금과 신용잔고의 관계는 불과 2,000억원 차이를 두고 있기 때문에
지난주와 같은 속도로 에탁금이 준다면 신용잔고와의 역전시간도 그리 멀지
않은 것같다.

주식은 경기 기대감이 장기지지선을 지켜주고 수급이 중기지지선을
엮어낸다.

또 자금사정이 단기 흐름을, 심리가 초단기 등락을 결정짓는 특징이 있는데
이중 어느 하나 주식매수를 자극할만한 입장에 있지 못하다.

다만 최근 낭보를 전한 월드컵 유치소식은 탄력을 줄만하지만 장세가
활력을 잃어가 결정력은 없다고 본다.

이렇게 되면 자연히 900이 걱정스럽다.

아무래도 다시 한번 출렁이면서 내부 리듬을 만들어 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가란 외부에서 명분을 주지않으면 스스로 기회를 만드는 속성이 있다.

그러나 그럴 때 스스로 만드는 리듬이란 주가하락을 통한 낙폭만들기라고
해야 한다.

마치 레스링 선수가 로프에 가지 몸을 부딪쳐 그 힘으로 다시 상대를
공격하는 방법과 같다고 할수 있다.

장세전개가 이런 양상이라면 투자대상 선정도 아주 어려운 한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관련 대형주 위기는 지난주에 지적한바 있는데 이에 대한 자구책으로
삼성전자 등 일부 종목들이 생산량 감축으로 대응하는 내부 경영전략에
힘입어 반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현 단계로서는 위기의 시작이며 수습단계로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금융주등 비제조부분에서 경기이외의 변수로 장세의
돌파구를 열어주지 않으면 답답한 시황을 면할 길 없다.

종목투자도 증권감독원장 구속으로 다시 힘을 모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이번주에 그럴만한 매수타이밍 포착은 마땅치 않다고 본다.

증시가 안팍으로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 아태경제연구소 소장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