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구 증권감독원장 수뢰사건이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증권 행정을 둘러싸고 상장기업과 투자자들의 불만도 증폭되어 왔던 터여서
구조적 비리의 일각이 드러난 것으로도 해석된다.

증권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무엇이며 이번 사건이 제2금융권 전체를
대상으로한 광범위한 사정으로 연결될지, 증권감독원등 당국의 증권 행정
에는 어떤 고질적인 병폐가 있어왔는지 시리즈를 통해 긴급 진단한다.

<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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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구 증감원장의 수뢰사건은 증권규제 행정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하겠다.

이권과 권한이 있는 곳에 부조리가 있어왔다는 경험칙이 이번에도 예외
없이 입증됐다.

말하자면 내연해 왔던 증권비리가 개혁의 도마에 오른 것이고 권한 남용과
자의적인 규정의 해석등 당국의 지나친 규제도 전환의 계기를 만난 것으로
볼수 있겠다.

이번 사안이 증권 보험등 제2금융권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사정으로 연결
될지도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대통령이 임명권을 갖는 장관급 고위 인사가 구속된 사례가 드문데다
그동안의 각종 사정에서도 제2금융권 기관장이 걸려들기는 이번이 처음
이어서 파장은 확산일로를 걸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수뢰 혐의로 지목된 사안들이 기업공개 합병 불공정 거래등 증감원의
본질적인 업무와 관련된 것들이어서 증권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은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증권 정책과 관련해서는 재경원에도 책임의 상당부분이 있는 것이어서
정부의 향후 대책들도 관심을 끌고 있다.

사건은 증감원에서 불거졌지만 재경원이 총괄적인 지휘 감독을 해왔다는
데서 정부 역시 비난의 화살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따라서
증권정책에도 일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증감원은 보험감독원과 은행감독원이 산하기관에 대해 단순한 업무 검사권
을 갖는 것과는 달리 증권시장 이해관계의 조정이라는 독특한 기능을 갖고
있고 그만큼 권한도 막강하다.

예를들어 기업공개 회사채발행 불공정 거래조사는 모두 주식투자자 상장
기업등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조정하는 업무에 속해 있고 당국의 결정
하나하나에 엄청난 이권이 걸려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예를들어 기업공개를 희망하는 기업만도 5월말현재 271개사에 이르고 있고
증감원은 이들 기업의 공개순서를 정하는 막중한 권한을 행사해 왔다.

이번에 문제가 된 유양정보통신의 경우 뇌물을 통해 다른 기업을 제치고
공개기회를 얻었다고 검찰은 밝히고 있는 만큼 공개를 애타게 기다려 왔던
다수의 우량기업들에 깊은 불신을 가져 왔음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검찰이 밝힌 10개사외에 또 얼마나 많은 기업들에 이같은 불공정 사례가
있어 왔는지는 물론 향후 검찰의 조사로 밝혀질 것이다.

기업공개는 주식 공모가가 백원 단위만 움직여도 대주주에게 엄청난 이권을
보장하는 것인 만큼 이 부분에서도 부조리의 가능성은 상존해 왔다고 할수
있다.

상장기업 대주주들에 대한 내부자 거래조사등에서도 비슷한 비판들이
제기되어 왔다.

최근 2,3년동안 H사등 일부그룹의 무차별적인 기업인수에 대해 증감원이
단한번 제동을 건적이 없다거나 지난해 특정 기업 대주주의 명백한 내부자
거래에 대해서는 규정의 미비를 이유로 면죄부를 준것 등도 이번 비리사건과
무관치 않을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지난해 특정 상장기업과 모재벌그룹의 비상장사가 합병한 것이 특혜였다는
비난은 합병당시에 이미 파다하게 번졌을 정도였다.

말하자면 그동안 막강한 권한을 가진 증감원은 스스로를 절제하지
못함으로써 이해관계자들의 불만을 증폭시켜 왔던 것이다.

증권계는 증감원장 구속 사건을 계기로 지나치게 규제 일변도인 증권 행정
체계 전반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정규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