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평식 < 증권거래소 연구실 연구위원 >

국경을 초월한 자본이동은 국제자본시장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자본이동의 큰 장애요인 중의 하나는 국가간 회계기준이 일치하지 않아
다국적 기업간의 재무상태와 영업실적의 비교가 용이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같은 회계기준의 다양성은 각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학의 차이로 인해
구조적으로 발생한다.

국제회계의 다양성은 기업자금 조달과 세금측면에서 두개의 국개군
(영미계와 대륙계)으로 구분해 볼수 있다.

우선 기업자금 조달 측면에서 영미계 기업들은 주로 외부주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왔기 때문에 기업의 상상 공시강화 연결재무제표 등이
발달해온 반면 독일 일본과 같은 대륙계 기업들은 주로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함으로써 외부주주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또한 세금측면에서 미국과 영국에서는 감사를 받은 결산보고서가
자본시장을 겨냥하여 작성된 것인 반면 독일 일본 등에서의 재무보고는
세금계산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70년대이후 국경을 초월한 유가증권에 대한 투자확대와 외국주 교차상장의
증가는 통일된 국제회계기준의 필요성을 대두시켰다.

재무정보의 생산자인 다국적기업의 경우 해외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복수의 회계기준에 입각한 재무제표를 만들어야 했고 재무정보의 사용자인
기업 분석가나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타국의 회계기준을 이해해야만 다국적
기업의 재무제표를 이해할수 있었다.

이와같은 국제회계기준의 필요성으로 인해 1973년에 국제회계기준위원회
(IASC : International Accounting Standards Committee)가 창설되었다.

호주 캐나다 미국 일본 독일 등 13개국의 민간대표로 구성되는 IASC의
목적은 국제적으로 통용될수 있는 회계기준의 제정과 국제회계기준을
각국이 인정하도록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세계의 기업 은행 회계 감사인과
거래소 등에서 국제회계기준을 적용시키는데 있다.

1980년대 후반이후 IASC는 공시의 강화와 함께 회계처리 선택의 폭이
제한된 회계기준을 설정함으로써 각국 회계의 비교가능성을 제고시키고
국제증권감독원기구(IOSCO : International Organization of Securities
Commissions)와 이 기구의 회원인 미국의 증권관리위원회(SEC :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로 하여금 외국주 상장시 국제회계기준을 수용
하도록 노력해 오고 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C)는 1973년 창설이후 현재까지 회계정책의 공시
(IASI)등 30개의 국제회계기준을 발표했고 파생금융상품이 포함된 재무증권
(E48)등 5개의 초안을 마련중에 있다.

현재 합리적이고 명확한 자국회계기준이 정립되지 않은 개발도상국들은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함으로써, 국제화에의 부응이라는 명분과 자국회계기준
정립에 따른 비용절감이라는 실리를 얻을수 있다.

개발도상국들 중 말레이지아와 싱가폴 등은 수정없이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했고, 홍콩 대만 우리나라는 국제회계기준을 중시, 부분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추세이다.

독일과 일본에서도 IASC의 창설이후 영미회계의 영향력이 커졌으며, 특히
90년대 들어 국제회계기준의 인정을 통하여, 자금조달의 원천으로 국경을
초월한 주식의 상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 유럽국가와 일본은 미국주도의 국제회계기준의 확립을 경계하는
차원에서도 국제회계기준의 질을 높이고 수용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내한한 뉴욕 증권거래소(NYSE)의 그라소 이사장이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미국의 회계기준과 국제회계기준과의 조화가 시도되고 있어 조만간
외국주식의 NYSE상장은 현 수준보다 훨씬 용이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1998년 국제증권감독원기구(IOSCO)가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C)의
국제회계기준을 채택하게 되면 IOSCO의 멤버인 SEC도 외국주의 상장시
국제회계기준에 기초한 재무제표를 수용해야하는 단계로 접어들 것이다.

최근 미국의 회계기준 제정기구인 FASB(Financial Accounting Standards
Board)도 다른 나라와 비교가능한 국제회계기준을 설정한다는 취지하에서
IASC와 공동으로 1주당 순이익(EPS) 회계기준의 개정을 제안했다.

앞으로도 FASB와 IASC의 공동작업이 예상되며 결국 이들 회계기준은 서로
접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21세기에는 가시화된 국제회계기준이 세계자본시장의
하부구조로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