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룡 < 서강대 경영연구소장 >

한 나라의 경제가 장기적으로 안정을 유지하면서 성장발전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균형적으로 발전해야 한다.

선진 여러나라의 경험으로 볼 때 어느 나라도 대기업위주의 편향된
경제구조를 지양하며 중소기업의 육성을 게을리하고 있지 않다.

이것은 자본주의 발전의 초기단계에서 자본의 거대화 및 독점화가 어느
정도 필요한 과정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중소기업의 건전한 발전이 병행되지
않고 대기업에의한 거대한 국가자본의 독점화는 국가경제의 기형화 현상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60년대이후 기형적이라고 할만큼 대기업위주의 경제성장
정책을 추구,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 중화학공업
분야에서 상당한 외형적 성장을 이루어 왔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수많은 중소기업의 피나는 노력과 헌신적 희생이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의존하고 지배당할
수밖에 없는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됐다.

중소기업의 기반이 튼튼하지 못한 경제구조 아래서 우리나라 경제는
대외의존성이 심화되어 불균형적인 경제운영에 직면하게 됐다.

지난 2~3년간 새로운 3저현상의 호황국면을 맞아 수출이 크게 늘어나면서도
대외무역수지의 적자폭이 늘어나고, 대기업의 호황에 비해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계속되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모든 것이 중소기업의 취약성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를 눈 앞에 둔 우리의 경제사회 환경은 세계화의 물결과 고도의
정보및 지식이 필요하며 창의적 아이디어와 진취적 경영의지가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우수한 중소기업의 상대적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 예로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사, MCI, 퀼컴, 넥스트웨이브사와 같은
창의성과 전문성, 그리고 기민성을 가진 중소기업들이 보다 강력한 경쟁력을
소유하고 경제발전의 새로운 주축으로 등장할 것이다.

정부를 비롯하여 우리사회의 여러부문에서 지금까지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부르짖고 중소기업육성을 위한 정책을 많이 추진하여 왔지만, 그 실효성은
크게 실망적이었고 한낱 정치적 인기에 부합하기 위한 공허한 일과성 주장에
그친 것이 사실이다.

중소기업은 바로 우리국민의 생활터전이고 국가경제의 핵심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육성이란 중소기업에 대한 시혜적 차원의 정책이 아니고 우리
국민경제의 생존과 건전한 발전을 위한 필수적 국가정책인 것이다.

앞으로 중소기업육성에 대한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없이는 어떠한
중소기업정책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근래에 기간통신사업자 선정과 관련하여 정부가 특별히 중소기업육성을
표방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의미가 크고 높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기간통신사업자 선정을 위한 허가신청 기업들로 하여금 "정보통신
관련 중소기기제조업체 및 소프트웨어산업 육성.지원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면서 "중소기업으로부터 구매할 금액, 대금지급조건및 공정한 구매관행
확립계획과 기술양여, 기술지원및 교육훈련 지원계획, 시장정보및 기술
정보의 제공계획과 이의 실천방안"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외견상 중소기업육성에 비중을 두고 있는것으로 생각되나,
그 근본적인 발상이 국가의 기간산업은 대기업이 지배하고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그늘아래서 시혜적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종속적 지배의 하청관계에서만 존재가
가능하다는 기본적 시각을 정부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까지의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육성 정책은 중소기업의 근본적
사업활동을 지원하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데 중점을 두지 않고, 금융상의
어려움 또는 대기업과의 하청관계에서 발생하는 약자의 희생, 정부의 규제에
따른 불필요한 업무의 번잡성 등 후진국에서 흔히 나타나는 문제해결 역점을
뒀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지원.육성 정책에서 보다 선진적 정책을 추구할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향후의 바람직한 중소기업정책 방향은 중소기업이 그들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사업, 예를 들면 창의적 발상과 전문적 지식및 기술 개발이
요구되는 첨단 고부가치 정부통신사업 등에서 전문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향상시켜 경제구조를 안정하고, 경쟁력 집중에 따른 경제적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하여 국민이 다함께 더불어 사는 평화로운 사회를 이룩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간통신사업자 선정과 관련하여 정부는 보다 폭넓고
장기적인 시각에서 정부의 중소기업육성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실천해야
할 것이다.

즉, 보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21세기 첨단의 기간통신사업에 주체로
참여하여 중소기업들이 직접 개발, 제조, 운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중소기업들의 업종전환과 구조개선을 실현하고 첨단산업 분야에 진출할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거대한 자본과 기술력이 필요한 기간통신사업에 중소기업군이 주체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에 대하여 대기업위주의 펴중된 경제정채과 산업정책을
추고해온 편파적 고정관념에서 상당한 의구심과 부담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중소기업의 성장된 능력을 신뢰하고 중소기업육성의
획기적 방향전환을 추구하자 하는 정부의 확고한 정책의지가 절실히
요청되는 것이다.

중소기업육성의 차원에서 우리는 선진국의 경험을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의 선봉국가인 미국에서도 여섯개의 PCS(personal comunication
system)사업권 중에 두 개를 중소기업군에 할당하고 있다고 한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서로 공존할 수 있고 국가적 차원에서 최대의 공리를
추구하고자 하는 현명한 정치적 그리고 공정한 행정적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진행중인 기간통신사업자 선정에 1만 4,000원 여개의 중소기업들이
큰소시움을 형성하여 수천억원의 자금을 조달함과 동시에 기술개발과
일사불란한 경영조직을 준비하면서 사업자 선정을 신청하고 있다고 한다.

이 소식은 중소기업의 육성과 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많은 학문적,
실무적관심을 가져온 다수의 학자와 실무자들에게 놀라운 기쁜 소식인
동시에 우리나라의 장래가 매우 밝다는 확신을 주는 충격적인 사건임에
틀림이 없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인.허가 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인.허가 과정에서
정부의 정책의지를 직.간접으로 표명하고 실현하고자 하는것이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국가겨제의 반석을 구축하기 위하여 정부의
경제정책에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건전한 육성정책은 그 우선순위가 매우
높아야 한다.

이러한 측면을 감안할 때, 기간통신사업자 선정에서 전례없는 대집단의
중소기업 큰소시움에 대하여 정부는 현명하고 공정한 판단을 해야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