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통신시장을 장악하라"

국내 통신사업자와 장비생산업체들이 유망수출산업으로 꼽히는 해외통신
시장 진출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이들은 특히 개발도상국등 기본통신설비가 취약한 국가들이 최근들어
통신현대화전략에 따라 통신시장을 개방하고 서비스를 자유화함에 따라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어 마치 "골드러시"를 방불케 한다.

국내업체들의 주요 진출분야는 기본통신망 건설은 물론 카드조회서비스에서
부터 이동전화서비스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미국의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에 대부분의 국내 통신관련 업체들이
진출했다.

현재 해외통신시장에 진출한 국내기업들이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유선전화망 건설사업.

베트남 스리랑카 니카라과등 6개국에 한국통신등 5개사가 총 2억5,000만여
달러를 투입, 유선전화망을 건설하고 있다.

한국통신은 필리핀의 전화망건설사업에 5,960만달러, 베트남 하이퐁등
3개지역의 통신망확장사업에 4,000만달러를, 하바로프스크주 통신망 확장
사업에 350만달러를 투자했다.

또 LG정보통신과 공동으로 3,000만달러를 투입, 캄보디아의 캄퐁솜
캄퐁참지역의 통신망현대화 사업을 추진중이다.

삼성전자는 니카라과 마나과지역 통신망증설을 위해 1,188만달러를 투입
했고 베트남 중부지역의 통신망건설 턴키사업 수주를 위해 7,0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LG전선은 스리랑카의 네곰보등 3개지역의 통신선로공사를 수주, 2,7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들 업체들은 외국의 기본통신망 건설을 바탕으로 이동통신 분야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다는 전략이다.

수익면에서도 뛰어나 한국통신은 베트남의 하이퐁지역에 4,000만달러를
투자, 7,000만달러를 회수할 계획을 세울 정도이다.

국내통신업체들의 외국 통신서비스 시장진출도 활발하다.

필리핀 인도 칠레등 10개국에서 일반전화를 비롯 무선호출 이동전화등
통신서비스를 현지 법인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 투자하고 있는 금액만도 2억8,000만여달러에 이르고 있다.

한국통신은 필리핀의 통신회사인 RETELCOM사 주식의 20%(2,000만달러)를
매입, 전화사업을 펼치고 있다.

몽고지역에서는 통신운영회사인 MTC사 지분 40%(450만달러)를 확보했다.

한국통신을 비롯 한국이동통신 서울이동통신 삼성전자등이 참여했으며
단말기시장에서는 LG정보통신 스탠더드텔레콤등이 명성을 얻고 있다.

한국통신 서울이동통신 삼성전자는 지난 7월 각각 31%, 10%, 8%의 지분
참여해 인도 재벌기업인 MODI사와 합작으로 "모디코리아 텔레콤사"를 설립
하고 무선호출서비스를 제공중이다.

모디코리아 텔레콤은 지난해 3월 찬디가시에서 무선호출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캘커타를 비롯 마드라스 럭나우시등 8개시와 3개주에서 영문문자방식과
숫자호출방식의 서비스를 무선호출가입자에게 제공하는 회사이다.

한국이동통신과 삼성전자도 지난해 각각 29.5%, 19.5%의 자본을 투자해
인도 달미아그룹과 합작으로 "DSS사"를 설립했다.

DSS는 지난해 6월말 아베다바드시에서 처음으로 무선호출서비스를 실시한
이후 10개 도시로 서비스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밖에 한국통신은 230만달러를 투자해 폴란드의 무선호출서비스 시장
진출을 추진중이며 삼성전자도 245만달러를 투자해 브라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업체의 외국 통신서비스시장 진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부 국가들이 엄청난 투자비용이 필요한 유선전화망 건설보다는 무선을
이용한 이동전화망 건설을 선호하는 틈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다게스탄공화국에 2,340만달러를 투자, 셀룰러이동전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한국통신과 대우통신이 각각 4,500만달러와 1,500만달러를
투입, 이동전화사업을 추진중이다.

이같은 해외 이동전화시장 진출은 국내업체들이 아프리카의 이동전화시장을
새로운 목표로 설정하고 의욕적으로 진출을 추진하고 있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차세대이동통신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개인휴대통신(PCS)분야도 새로운
진출분야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기업들은 미국정부가 시행한 미국내 493개 지역의 PCS주파수경매에
대거 참여했다.

국내업체들이 지분을 투자한 넥스트웨이브의 경우 뉴욕 보스턴 워싱턴등
주요 58개지역의 사업권을 획득했다.

넥스트웨이브에는 포항제철 LG정보통신 한국전력이 각각 2,000만달러를
출자했으며 일진 태흥이 각 1,000만달러, 서울이동통신이 500만달러, 석암이
200만달러를 투자했다.

그러나 국내업체들은 미국내 PCS주파수경매에 참여하면서 과열경쟁을 벌여
경매가를 예정가의 2배이상으로 올려 놓았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또 무리한 경매가를 감당하지 못해 삼성전자와 데이콤이 투자한 BDPCS사의
경우 시애틀 피닉스 덴버등 17개지역의 사업권을 획득하고도 미리 내도록
돼있는 낙찰금 8억7,380만달러의 5%를 내지 않아 사업권을 상실했다.

이처럼 유무선통신서비스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해외통신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국내업체들의 노력은 앞으로 계속될 전망이나 이로인한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는 교훈을 이번 BDPCS사의 낙찰취소가 전하고 있다.

<김도경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