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이 아니라 질로 승부한다"

요즘 중소기업들이 세계시장에 뛰어들면서 내놓은 캐치프레이즈다.

지금까지는 대기업들이 물량공세로 반도체및 전자제품 시장에서 선두 대열
에 끼였다.

그러나 이제 중소기업들이 물량보다는 전문분야에서 세계시장 경쟁대열에
어깨를 겨루기 시작했다.

30년간 자전거 부품을 만들어온 경창브레이크는 지난 반세기동안 세계
자전거 브레이크 시장을 석권해온 일본의 요시가와사와 국제시장에서 7년간
피땀에 젖는 전쟁을 벌였다.

결국 올해초 요시가와사는 경창과의 경쟁에 못이겨 도산하고 말았다.

경창은 드디어 세계시장에 선두로 우뚝 섰다.

경창 이외에도 전문분야에서 세계선두로 올라선 기업은 수없이 많다.

대륭정밀은 위성방송 수신기로,메디슨은 초음파 진단기로 세계시장을
쳐들어가고 있다.

서전은 안경테로 승부를 걸고 있으며 진웅의 텐트와 영원무역의 스포츠
의류도 국제시장에서 단연 앞장서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선두로 달리는 중소기업들의 시장전략을 알아본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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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류 전문 생산업체인 영원무역(대표 성기학)은 말그대로 세계화된
기업이다.

방글라데시에 가동중인 9개의 현지 생산공장을 포함,미국 마이애미 중국
칭다오 자메이카등 4개국에 현지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 이탈리아
스위스등 전세계 곳곳에 지사를 두고 있다.

나이키 노르디카 골드윈등 세계적인 유명 스포츠의류를 OEM 생산하고 있는
영원무역은 생산과 바이어수주 판매가 현지법인에서 각각 이루어지고 서울
본사는 재정과 연결업무만 맡고 있다.

성남에서 스키의류를 생산하면서 출발한 영원무역은 봉제산업이 동남아
후발국가의 저임공세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찌기 80년 방글라데시에
아웃도어 의류업체로는 국내 처음으로 해외현지공장을 설립하면서 세계화의
첫걸음을 딛게 됐다.

사업 초기에는 여느 기업처럼 문화적인 차이와 정치불안등으로 현지화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현지의 노동문화를 최대한 수용하고 신뢰를 줄수있는
경영정책을 펼치면서 이제는 방글라데시 최대 기업으로 성장해 현지
기업인들의 모범사례가 되고 있을 정도이다.

현재 방글라데시에는 150여개의 생산라인에 고용 인원 1만명에 이르는등
세계최대의 아웃도어 의류 생산업체로 자리잡고 있다.

올해는 방글라데시 현지에 대규모 신발공장 설립과 의류 원부자재 생산
공장의 증설등 계속적인 투자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올해 매출규모는 1,200억원으로 이중 당기순익은 48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는
알짜기업이다.

이회사의 글로벌 전략의 핵심은 가장 저렴한 노동력으로 고가의 고기능성
스포츠의류를 일관생산체제와 효율적인 기획 생산시스템으로 대량 생산한다
는데 있다.

세계적인 스포츠 의류업체로부터 축적한 노하우를 방글라데시와 같은
저임국가의 값싼 노동력과 결합시켜 고급의류를 생산, 이를 유럽과 미국등
선진국에 판매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이다.

이런 글로벌 전략은 컴퓨터를 이용한 정보통신망을 구축해 서울본사에서
생산 기획과 디자인 도면을 보내고 미국과 유럽의 현지 연락사무소에서는
시장상화을 즉시 즉시 능동적으로 연결하는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한게
뒷바침이 됐다.

영원무역은 또 방글라데시 치타공 인근에 현지 정부의 허가를 얻어 약
20만평 규모로 한국기업전용 수출공단을 조성한다.

이공단에는 영원무역의 주도로 한국의 의류및 신발 의류원부자재 주방용품
전자업체등 30여개 한국기업이 입주해 독자적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한편 영원무역은 앞으로 세계화를 통해 획득한 세계최고수준의 생산
노하우와 생산력 판매망을 집결해 독자적인 브랜드로 세계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 고지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