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4년 12월 서해대교 사장교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경기도 평택군
내기리 앞바다.

축구장 크기의 대형 원형구조물이 해상크레인에 의해 서서히 바다밑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이 작업은 대림산업이 지난 1년간 미국 일본 유럽 등 건설선진국의
시공사례와 도면분석을 통해 국산화에 성공한 "원형셀 (Cell)식 가물막이
공법 (일명 셀공법)"의 마지막 설치단계.

이 공법의 적용으로 대림은 강널말뚝의 개별항타에서 수중에서의
타이케이블 설치작업에 이르는 20여개 공정으로 진행되던 기존의 사장교
주탑기초용 물막이 공사를 원형구조물의 일괄 조립 및 설치 등 4-5개
단계로 단순화, 공기를 10개월이나 단축할수 할수 있었다.

셀공법은 교량의 사장교에서 케이블을 지지하는 주탑을 건설할때
육상의 작업장에서 조립한 대형셀 (물막이 벽체의 단위요소)을 해상크레인
으로 인양, 운반하여 현장에 설치한후 셀내부와 셀과 셀사이를 모래로
다지는 첨단공법이다.

수중작업을 없애 공기를 단축하는 장점이 있으나 설계수준이 낮고
대형 건설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국내 건설업체들에게는
한번도 시도되지 못했던 교과서속의 개념에 불과했다.

이에반해 기존공법은 U자형 강널말뚝 (Sheet Pile)을 2열로 박고그
사이를 철선케이블로 연결한뒤 내부를 흙으로 채워 물막이용 벽체를
만드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에따라 불필요한 인력이 소요되고 기후조건이 나쁘면 수중작업이
어려워 공기가 무한정 늦어지고 경우가 많았다.

대림산업이 셀공법을 도입하게 된 계기는 사장교현장 인근에 아산만
호안공사가 진행중이어서 조류속도가 최대 2.15m에 이르는 등 빨라져
기존 공법으로는 말뚝의 지지가 어렵고 서해안의 심한 탁도 등으로
수중작업이 곤란했기 때문.

물론 대림산업이 국내업체에겐 생소한 셀공법을 국산화하기까지는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직경 25m 높이 27m가 되는 강철 셀을 16개나 조립해 축구장만한
크기의 단일 철구조물로 완성, 정확히 현장에 설치해야 했기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와 개선을 위한 연구를 병행해야 했다.

또 셀을 제작하기 위한 작업장의 확보도 어려웠는데 현장주변에
해상크레인이 접근 가능하도록 경사호안으로 바다를 매립,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밖에 시공장비의 규모, 설치수심, 속채움 재료의 내부마찰각 파일의
팽창력 등을 고려해 적접한 셀의 직경을 산출하는 것도 공법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그러나 대림은 1년간의 치밀한 사전조사와 시행착오를 통해 셀공법의
국산화에 성공함으로서 수중공사의 난점 및 불확실한 품질요소를 배제시켜
공사비 절감을 이루고 공사기간도 대폭 앞당겼다.

무엇보다도 관련 설계 및 시공능력의 확보로 국내 건설업체의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고 유사공법의 국내 적용의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다.

< 김태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