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업체로의 이직을 막으려면 아내를 잡아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안경전문백화점 "아이맥스의"대표 차영준씨(43)는
요즘 이틀이 멀다하고 20여명의 직원집에 일일이 전화를 건다.

혹시 사장에게 말못할 고민거리가 있는지와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물론 직원들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같은 특별한 날에는 전화 뿐만 아니라
꽃바구니같은 3만원 안팍의 선물을 집으로 보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

20여명의 안경사를 직원으로 둔 차씨가 이런 행사를 치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어느 업계보다 이직률이 높은 안경업계에서 직원들의 이직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평소 직원가족들 특히 아내들과의 관계개선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아이맥스를 설립한 이후 차씨는 한동안 하루가 멀다하고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을 설득하고 빈 자리를 메우느라 골머리를 앓았었다.

그런 상황에서 차씨가 찾아낸 "묘안"이 바로 평소 직원가족들에게 전화나
간단한 저녁식사 자리를 마련하는 것.

이 자리에서 그는 회사의 어려운 입장을 설명하고 열심히 일한만큼 보상을
해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최소한의 정성을 표시했다.

덕분에 그는 한달 평균 50%에 육박했던 직원들의 이직률을 10%로 이하로
낮추고 회사경영에 전념할수 있게 됐다.

경기도 김포시에서 식품회사를 경영하는 H식품의 한모사장(46)역시 차씨와
비슷한 방법으로 직원들의 이직을 최대한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수 있게됐다.

특히 한사장은 직원가족들과 한달 평균 한번씩 회사 근처 음식점에서
회식자리를 마련해 회사의 경영상태를 설명하고 가족들의 어려운 상황을
직접 청취, 직원들이 근무에 전념할수 있게끔 최대한 배려 해주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체들의 인력난이 가중되고 있는 것과 관련, 이에 대한
타개책의 일환으로 직원가족들 특히 아내를 이용해 이직을 최소화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대표나 경영진이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회사형편을
이해시키는 것에서부터 결혼기념일에 축하서신을 보내거나 선물을 보내는
것 등에 이르기까지다양한 방법을 통해 직원이직 방지, 노사갈등 해소 등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들 업체는 한결 같이 "회사가 직원 뿐만 아니라 그들 가족에게까지
정신적으로 책임을 느낀다"는 인식을 직접 심어줌으로써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외형성장에만 주력해온 일부 중소업체들에서는 최근
기존의경영방식에서 크게 탈피, 직원들 뿐만아니라 가족들까지 일체감,
연대감 형성을 통해 생산성 향상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과 달리 복리후생면에서 열악할수 밖에 없는 중소업체들로서는
정신적인 교감을 강화시킴으로써 오히려 생산성을 높일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내나 가족들에게 가벼운 전화 한통화로 직원들의 고충을 파악하고
전부는 아니지만 그들에게 도움을 줌으로써 일체감을 형성할수 있으니까요"

차씨의 자신에 찬 주장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