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에 대한 한약조제 시험의 출제권을 둘러싸고 빚어진 충돌은 연4년
걸르지않는 한의학-약학간 고질 분쟁으로 이 사회 핵심 화근이 되고 있다.

더구나 전국 72개 한방병원과 5,500여 한의원들 거의가 한의사협회 결정에
호응, 16일부터 문을 닫아걸면서 당장 소비자에게 주는 불편은 물론 사회야
어떤 피해를 입든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집단이기의 대표처럼
되고 있다.

이번 충돌의 발단은 단순하다.

벌써부터 한약을 조제해오던 약2,000명의 약사에게 오는 19일 주요 100가지
처방 조제에 대한 시험을 실시, 기득권을 구제하기로 한 것에 잘못은
없었다.

그러나 21명 약대교수와 9명의 한의대교수가 출제, 최종 문항선정 단계에서
양측의 잠재이해가 맞부딪치고만 것이다.

숫적 열세의 한의대측 위원들에겐 약대측 위원들이 문제를 쉽게 하려는
것은 합격자를 많이 내려는 저의로 보였다.

그런 항의가 무시되자 한의측 위원들은 비전공 약대교수의 한약시험
출제자체를 반대, 퇴장한 것이다.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것은 예상을 웃돈 응시자 쇄도다.

2만5,000여 약사가 원서를 내자 한의측에는 약사측과 당구기 소수 기득권자
구제를 빌미로, 응시자격 개방과 쉬운출제를 통해 결국 한방의 권역을
비전공자인 약사에 개방코자 획책하는 것으로 비쳐진 것이다.

한의측 반발에 대한 약사측 대응논리는 어떤가.

약사를 가르친 약대교수가 약사들이 응시할 시험문제를 출제함은
당연하며, 시험 또한 이미 한약조제를 해온 약사의 자격 재검증이어서
비전공 약대교수의 출제로 족하다는 것이다.

국외자가 양측 논리를 실질 검증하는 떼는 무리가 따를 것이다.

그러나 한꺼풀씩 들출수록 기존의 생업분야를 지키려는 측, 인접분야로의
확장을 시도하는 측의 수공이란 인식이 짙다.

결국 바탕에 깔린 것은 경제적 타산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문제를 푸는 열쇠가 시험실시의 목적과 취지에
담겨잇다는 느낌이다.

만일 보도대로 당초의 시험취지가 과연 2,000명 전후 기득권자의 구제에
국한하느냐 여부가 핵심이다.

더욱이 보도대로 약사측도 이 점을 인정했다면 문제가 꼬일 이유는 없다.

시험취지에 이견이 없다면 문제의 난이도를 떠나 기존 조제자에만
응시자격을 국한시키면 되지 않을까.

응시원서를 제출한 많은 일반 약사들의 도로는 딱하나 이치가 존중되고
잘못이 있으면 시정되는 것이 우리가 지향할 바른 사회다.

반대로 이번 시험에 기득권 구제이외의 다른 목적, 즉 모든 약사로 하여금
간단한 시험 통과로 한약취급 자격을 부여받아 생업을 돕고자하는 취지가
섞여있다면 모든 것은 원점으로 돌아가 검토돼야 마땅하다.

요컨대 한의약이 됐건 서양의약이 됐건 국민건강 증진이 궁극적 목적이고
한.약모두 상당한 자산을 축적하고 있을진대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가 문제
해결의 기본요건이다.

당국도 어제 즉각 대책을 발표했지만, 그렇게 단숨에 달려들다 번번히
실패하지 말고 단계적으로 풀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