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수 제일은행장의 전격구속을 계기로 은행장자리의 "양면성"이
관심사로 새삼스럽게 떠오르고 있다.

양면성이란 다름아닌 "은행장이 가지고 있는 막강한 힘"과 그 이면에
감춰진 "자리의 불안정성"이다.

겉으로만 보면 은행장은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사람으로 비춰진다.

실제로도 그렇다.

대형은행 은행장의 경우 20조원안팎의 돈을 주무른다.

마음먹기에 따라선 거래기업체를 망하게 할수도 있고 흥하게 할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거액의 커미션이 오간다는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은행장 한번 하면 3대가 먹고 산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다.

특히 은행에 주인이 없다보니 월급쟁이인 은행장이 실질적인 주인역할을
한다.

대출승인권은 물론 인사권 점포신설권등 모든 권한이 행장 1명에게
집중돼 있다.

"은행장과 전무는 한단계 차이지만 실제 권한은 하늘과 땅사이"라는
말도 그래서 생겨났다.

그렇지만 이행장의 경우에서 보듯이 은행장자리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쇄신이 필요할때나 정권이 바뀔때면 은행장은
예외없이 "희생양"이 된다.

문민정부가 들어선뒤에도 14명이 중도퇴임했다.

은행장자리의 특성상 돈과 관련된 비리를 얼마든지 찾을수 있는데다
그 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행장들 사이에선 "은행장 재직기간은 외줄을 타는 심정"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