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에서 성공한 강한 기업들은 정부의 행정력보다 더 섬세하고
철저한 시장의 평가와 감시를 받고 있다.

시장원리와 경제원칙을 무시하면 경쟁에서 이길수 없고 경쟁에 한번
지면 일류 대기업이 될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의 기업정책도 기업에 대한 직접 규제는 풀고 시장에서의
공개되고 투명한 경쟁원칙은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야 할
것이다.

지난 25일 정부가 밝힌 대기업정책은 기업 규모에 집착하는 차별적
규제를 점차 없애가는 대신 기업에 대한 경영감시는 공시제도 강화,외부
감사제도 확대,소액주주 권익보호,위장계열사 조사 등으로 강화하는
쪽으로 개편방향을 잡고 있다.

11~30대 그룹의 약진을 허용하여 은행 돈을 쉽게 쓸수 있게 하되
경영을 잘못하면 정부 간여를 피할수 없게 후속조치를 마련할 방침이다.

이러한 정부의 새로운 기업정책이 과거 정부의 운용방식에 비하면
진일보한 것이지만 기업활동 세계화와 경제규범 국제화의 추세에
비하면 아직도 행정력에 의존하는 정부주도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기업은 이미 어떤 기업 경영환경에서건 변해야 생존하고 성장할수
있다는 것을 알고 실천해왔다.

정부 지원이 있을 때 사업을 키웠고,성공한 기업을 두들겨 패는
권력자가 있을 때는 "정치헌금"으로 살아 남았다.

대형 해외 건설공사 수주에는 공격적인 입찰을 서슴지 않았고 높아가는
무역-기술 장벽은 해외 투자진출로 극복해 냈다.

우리 기업이 세계적으로 강한 일류 기업이 되려면 기업 경영환경이
일류가 되어야 한다.

정부의 새로운 기업정책은 기업의 몸에 손을 대는 규제와 지원정책이
아니라 시장감시를 강화하는 경쟁과 효율 촉진정책이어야 한다.

시장을 보고 일류 기업이 되겠다고 기업 스스로 변하게 해야 한다.

정부 눈치를 보고 관료에게 매달리게 하는 정책이어서는 안된다.

편중여신 규제가 돈을 빌려주는 은행이 아니라 대기업을 감시하는
관료에 의해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세계 시장을 상대로 마음껏 뛰는 기업이 국내 시장에서는 허가권에
매달려 오금을 펴지 못해서도 안된다.

세계 경쟁기업들이 칭찬하는 대기업이 유독 국내 시장에서는 관리
대상으로 차별을 받는 일도 이제는 없애야 한다.

모든 기업은 경쟁력이라는 같은 잣대로 공평하게 시장수요자와 투자
주주로부터 직접 감시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국제기준에 맞는 공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공인회계 기준에 맞게,시장에서 투명한 일반회계 제도로 개선하고,기업
재무상태가 시장과 투자자에게 알기 쉬워야 한다.

둘째 상장기업내 소액주주의 권한행사 요건을 확대하여 이해 관계자의
경영감시를 강화한다.

그러나 정부의 연-기금 또는 기관투자가의 경영개입은 사후적인 제재로
제한되어야 한다.

셋째 주거래 은행제도가 제대로 작동될 때까지는 감사권을 강화하여
감사에게 이사회 소집권을 인정해 주어야 한다.

감사의 기업 내부감사는 기업활동의 일부처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