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이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를 비롯, 자민련 김종필 총재,
민주당 김원기 공동대표와 청와대에서 개별 연쇄회담을 갖기로 17일 전격
제의한 것은 공식적으로는 야당대표들에게 "4자회담"제의 등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최근의 북한정세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국정의 일각을 책임지고 있는 야당대표들과 만나 이러한
문제들만이 거론될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야당대표들 입장에서 볼때 오랜만에 이뤄지는 김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하고 싶은 얘기"들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윤여준 청와대대변인도 이와관련, "회담의 의제에 관해 제한은 없다"고
밝히고 "한미정상회담및 북한정세 이외에 국정전반에 걸쳐 의견교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대변인은 특히 김대통령이 "야당대표들이 무슨 얘기를 하든지 다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대통령이 취임후 야당총재인 김대중 김종필씨와 청와대에서 개별
영수회담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의 대통령취임으로 소위 "3김시대"는 끝났다는
주장아래 양김의 실체를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따라서 김대통령의 이날 전격제의는 양김의 실체를 인정하는 것은 물론
국정운영방향을 국민대화합에 두고 "큰정치"를 실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15대총선에서 거둔 여권의 사실상 승리를 바탕으로 집권후반기 남은
2년동안 정국운영에 대한 자신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대통령은 우선 이들 야당총재와의 청와대회동에서 16일 제주도정상회담
결과와 한반도 4자회담제의 배경및의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남북문제에
관한 초당적 협조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또 문민정부 출범후 추진해온 금융실명제, 공직자재산공개 등 일련의
개혁작업과 역사바로세우기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총선결과 나타난 지역
할거주의의 문제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총선과정에서 나타난 각정당 후보자들간의 갈등과 반목을 하루빨리
청산하고 국민화합과 미래지향적인 차원에서 정국을 이끌어 나가야한다는
점을 강조할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21세기에 세계일류국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회 각부문중
가장 평가가 낮은 정치권이 각성,"새로운 정치"를 실현시켜야 한다는 점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주변에서는 김대통령이 김대중 총재를 비롯해 야당총재들과 개별적
으로 만나 국정을 논의한다는 것자체가 김대통령의 국정운영스타일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해석하고있다.

김대통령은 취임직후 한두차례 이기택 민주당총재와 단독으로 회담을
가졌으나 논의사안에 대한 발표내용과 관련한 후유증을 남겼으며 그후
개혁작업이 추진되면서 야당총재와의 개별회담은 없었다.

김대중 총재 등 야권에서 줄기차게 여야영수회담을 주장했으나 뚜렷한
이유없이 외면해왔다.

물론 김대통령은 지난 95년 8월23일 당시 김대중 국민회의창당준비
위원장을 비롯한 여야정당대표와 전.현직 3부요인, 정계원로 등 24명과
오찬을 함께 하며 집권후반기의 국정방향을 설명하고 이에대한 협조를
당부했었다.

그러나 당시 김종필 총재는 개인적인 일정을 내세워 오찬에 불참했다.

따라서 김대통령은 김종필 총재와도 민자당을 탈당한 이후 처음 만나는
자리이다.

정치권은 김대중.김종필 총재가 김대통령에게 어떤 요구사항을
주문할는지와 김대통령의 국정운영협조당부에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이냐에
주목하고있다.

두총재는 우선 김대통령에게 국정운영에 있어 독단과 독주를 버리고
야당측과 협의를 해야하며 선거부정사례나 부정부패척결에 있어 편파적인
수사가 없도록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대표들은 또 15대총선에서 여당의 관권.금권선거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이에대한 엄단과 정치자금등에서 여야가 균형을 이루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 최완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