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진 < 경북대 교수/경영학 >

드디어 우리나라에도 처음으로 선물시장이 열리게 되었다.

오는 5월3일 개설되는 한국증권거래소의 주가지수선물시장이 그것이다.

우리의 경제의 규모와 질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가 이제사 주가지수선물
시장을 여는 것은 다소 때늦은 감이 있다고 하겠다.

한국증권거래소에 주가지수선물시장을 개설하기로 한 것은 우리나라가
그동안 은행 증권분업주의 원칙하에 금융산업이 각기 전문성을 갖고
발전해온 점, 주가지수선물은 위험이 높은 상품인 반면 선물거래의 경험이
전혀 없어 현물 선물시장의 일체적 관리가 필요한 점, 그리고 주가지수
외에는 선물시장의 성공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등을 고려한 결과이다.

그렇다면 오랜 준비기간을 가지며 많은 연구와 검토를 하여온
한국증권거래소의 주가지수선물시장은 과연 성공적으로 정착될 것인가?

여기서는 시장유동성의 측면에서 이 사실을 점검하여 보고자 한다.

첫째, 한국증권거래소가 금번에 도입하는 주가지수선물거래의 거래대상은
KOSPI(한국주가지수) 200이다.

KOSPI 200의 편입대상종목은 매년 6월 정기심의일 직전연도의 1년간
종목별 평균시가총액 및 연간거래량을 기준원칙으로 선정된다.

상장폐지, 관리종목 지정, 합병등의 사유발생시 운영위원회를 개최하여
종목조정을 위한 특별심의를 할수 있다.

선물지수의 선정은 시장대표성의 충족과 유동성의 확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목적을 만족시켜야 한다.

주식시장의 흐름을 잘 반영하기 위해서는 구성종목수가 많아야 하나
종목수가 너무 많으면 거래가 어려워져 시장충격의 비용이 매우 커진다.

한국증권거래소는 지수조작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시장을 대표하는 지수를
산출하기 위하여 이적시가총액비중이 70%수준인 200종목이 가장 적절하다고
결론내리고 미국 영국 일본등 주요국의 경우도 이와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한국증권거래소의 자료에 따르면 구성종목수가 100종목, 150종목,
300종목일 경우 누적시가총액 비중이 각각 58.4%, 65.6%, 70.2%가 되어
있다.

이는 다시말해 100종목을 넘어서 50종목씩 추가하면 그 비중의 증가가
각각 7.2%, 4.6%에 불과하다는 것을 뜻한다.

과연 추가되는 100종목이 시장대표성과 유동성을 충분히 갖추었다고
할수 있을까.

같은 자료에서 미국의 S&P, 영국의 FT-SE 100, 일본의 일경 300의
시가 총액 비중이 각각 73%, 65%, 66%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1994년 3월31일 현재 미국 S&P 500의 시가총액은 3조1,707억달러로
시가총액 6조4,900억여달러 대비 비중은 49.0%이며 거래소가 밝힌 숫자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회사들의 시가총액 대비 비중이다.

참고로 프랑스의 CAC이 40종목, 독일의 DAX가 40종목, 홍콩의 항생지수가
33종목이며 일본의 경우도 일경 225가 대표적인 지수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KOSPI 200은 우리의 경제규모에 비해 구성종목수가
너무 맣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시장대표성과 유동성이 결여된 종목의 포함은 오히려
지수조작의 가능성을 높인다고 하겠다.

둘째, 거래제도이다.

위탁증거금의 개시증거금율은 가격제한폭의 3배 수준인 15%이며,
유특증거금율은 10%이다.

위탁증거금률 중 가격제한폭 5%를 현금징수율로 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대용증권으로 납입이 가능하다.

신규로 거래를 개시하는 위탁자는 3,000만원이상(최소증거금)을 예탁하여야
한다.

최소증거금제도는 일본만 유일하게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 소액 개인투자가
의 무분별한 참여로 인한 시장과열 내지 큰 손실로 발생할지도 모르는
사회적 문제를 미리 방지하고 기관투자가중심의 안정적 시장을 육성하고자
하는 것이 그 의도이다.

1993년 12월16일 현재 개인투자자의 주식투자금액이 3,000만원 미만인
계좌가 전체 계좌의 93.8%를 차지하고 있어 최소증거금 3,000만원이상이라는
진입장벽으로 소액 개인투자자의 선물시장 참여가 사실상 제한되는 셈이다.

거래단위는 거래단위승수가 50만원이라 지수가 110인 경우 5,500만원이
된다.

이 또한 일반투자자의 투자금액(상기일 현재 1계좌당 평균투자금액은
1,500만원)에 비해서 너무커 이들의 헤징이 원천적으로 대부분 불가능하게
된다.

시장이라는 것은 법석되어야 되는데 시장성이 떨어지는 종목들이 포함된
주가지수와 높은 진입장벽으로 일반투자자의 투기 및 헤지수요를 원천적으로
제한함에 다른 적은 시장참여자로 인해 시장의 유동성 불황과 효율성 저하를
초래하게 되어 시장의 실패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