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로마시대의 명사였던 티베리우스 크라크스의 아내 코르네리아는
현명한 부인이었다.

어느날 명사의 부인들이 코르네리아의 집에 모여 놀면서 자기들이
가진 보석들을 내놓고 자랑을 하게 되었다.

그때 코르네리아는 남의 보석만을 구경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자 그 부인들은 코르네리아에게 보석을 보여 주길 청했다.

처음에는 사양을 하던 코르네리아는 다시 독촉을 받게 되자 자리를
떠나 곁방으로 가더니 두 아들의 손목을 붙잡고 나타났다.

"여러분 이것이 나의 보석입니다"

그 아들들은 뒷날 로마공화정기의 호민관이 된 크라크스형제였다.

이 일화에서 보듯이 사람에게 땅위의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한 것은
자녀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가 자신들의 자녀를 아낌없이 사랑하고 자신들의
자녀들이 훌륭하게 자라길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자녀에 대한 사랑과 기대가 지나치게 되면 자녀는 물론 부모에게
헤아릴수 없는 화를 불러오게 된다.

며칠전 미국의 한 아버지가 7세 소녀를 죽음으로 몰아 넣었다는
외신보도 또한 아버지의 허황된 과욕에서 빚어진 결과의 소산이었다.

아버지가 딸로 하여금 최연소 미대륙횡단 비행이라는 기네스북 기록에
도전하도록 했다가 부녀가 함께 추락 사망한 참사였다.

여기서 우리는 자녀가 결코 부모가 이루지 못한 욕망을 실현시키거나
충족시키는 수단이 될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어린이에게는 어른과 다른 고유의 세계가 있는데도 어른의 세계를
어린이에게 강요한다는 것은 비극을 불러 올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주변을 되돌아 보더라도 부모의 과욕이 자녀를 생리적 심리적
성장발달과정을 무시한채 무조건 "영재"로 만들겠다는 욕심만을 갖고
걸맞지 않은 학습을 마구 시키는가하면 자녀에게 실현 불가능한 과중한
인생목표를 설정해 주는 것 따위다.

어느 단계까지는 "천재" 또는 "수재"라는 소리를 들을수도 있으나
언젠가는 범재로 되돌아와 좌절 내지는 절망감에 빠져 벼랑끝에 이르고
자녀의 인생이 부모가 갈망하는 허상의 포로가 되어 좌표를 잃은채
표류하게 된다.

부모는 자녀가 어린이다운 순수성을 간직하고 자랄수 있게 보살펴
주는게 의무다.

세상일로부터 때묻지 않고 사실을 사실대로, 또 진실을 진실대로
바라보고 이해하고 생각할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