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은행의 방만한 자금운용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6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3월하반월 지급준비금마감일인 이날
한국은행은 은행들이 지준을 쌓고도 남는 자금 3,000억원(적수기준 6,
000억원)을 환매채(RP)매각을 통해 규제하는 대신에 63일만기 중도환매
용 통안증권을 발행해 환수했다.

통안증권 수익률은 연9.45%로 이날 만기가 된 RP규제금리 연10.0%보다
0.55%포인트 낮은데다 7일이 지난 오는 13일이 돼야 중도환매할수 있어
수시환매가 가능한 RP규제보다 은행들이 불리하게 된다.

은행들은 이에대해 한은이 통상적으로 지준잉여금을 RP를 통해 환수했
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날 통안증권매각을 통해 흡수한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반발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은행들이 여유자금을 제대로 운용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
황에서 여전히 높은 금리를 통한 수신경쟁을 지속하고 있는데 제동을 걸고
시중금리를 더 떨어뜨리기 위해 한은이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은행들은 이날 정보통신부가 실시한 금리입찰에 참여,연10.6%의 높
은 금리를 제시하고 1,700억원을 유치하는등 고금리 수신경쟁을 계속했다.

한은관계자는 "이날 RP매각을 통해 여유자금을 흡수하지 않은 것은 특
별한 의도에 의한게 아니었다"면서도 "은행들이 시중금리 하향안정세를 거
스르면서까지 고금리 수신경쟁을 지속하는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은은 8일 2조2,500억원어치의 RP를 10일만기로 매각하는 방법으
로 은행들로부터 여유자금을 환수할 계획이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