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정의의 수호신인 테미스 여신은 오른손에 천칭을 들고 있다.

테미스는 땅의 여신인 가이아와 하늘의 신인 우라노스 사이에 태어난
12남매중의 하나다.

테미스는 올림포스신족에서 쫓겨난 티탄족의 후예였지만 자기 일족과는
달리 올림포스 신족사회에서도 계속 존경을 받았고 올림포스 최고신인
제우스가 등위할 당시의 아내이기도 했다.

헤라 여신이 제우스의 정당도 들어온 뒤에도 테미스는 여전히 제우스의
곁을 떠나지 않고 그를 섬겼은 시샘이 많기로 유명한 헤라조차도
테미스에게만은 깍듯이 대했다.

테미스는 공정성을 상징하는 천평을 들고 신족사회의 법과 정의를
지키는 여신이기에 그의 존재는 존경의 대상이 될수밖에 없었다.

뿐만 아니라 테미스는 인간을 위해서도 올바른 사람을 지켜주고 죄인을
벌하여 사회정의를 실현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이 그리스 신황에서 보듯이 사회질서는 법과 정의에 의해서, 법과
정의는 한치의 오차도 없는 공정성에 의해서 구현된다.

그러나 현실사회에서는 테미스의 천평만으로 법과 정의가 확보될수는
없다.

독일의 법철학자인 루돌프 예링은 테미스의 왼손에 칼을 쥐어 주어야만
법과 정의가 지켜진다고 보았다.

"정의의 여신은 한 손에는 권리를 저울질하는 천평을 쥐고 있고 다른
한 손에는 권리를 실제로 주장하는 칼을 쥐고 있다.

천평을 갖지 못한 칼은 단순한 물리적인 폭력에 지나지 않는다.

반대로 칼을 갖지 못하고 천평만을 가진 경우에는 강제적인 힘이 없어
법과 정의는 무력한 것이 되고 만다.

천평과 카이 함께 갖추어질 때에만 법과 정의는 수호된다"

그러한 현실적 요청은 어느 나라,어느 체제를 가릴 것 없이 법과 정의의
수호기관에 거의 절대적인 국가권력을 부여해 주게 했다.

그것은 칼이 천평을 앞서서 남용되어 흑백이 뒤바뀌는 일탈현상을
낳았다.

"정의가 힘에 앞선다"는 말을 신봉할수 없는 사례들이 적지 않게 있어
왔지 않은가.

이제 법과 정의는 국가기관에만 의지해 수호될 단계는 지났다.

시민 각자가 자신의 권리로서 법과 정의를 확보하는 투쟁에 나설 시대가
된 것이다.

그것이 바로 민주시민이 지녀야할 올바른 의식이다.

한 여성시민과 전직공무원이 각기 오랜 법정투쟁끝에 "검찰처분의
부당"과 "검찰수사의 잘못"이라는 헌재의 결정을 얻어낸 것도 그 본보기가
아닐수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