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 민속 마을의 한 허름한
초가.

이 곳은 4월1일부터 방영되는 SBS의 새 월화 사극 "만강" (임충 극본,
김재순 연출)의 야외촬영 현장으로 주인공 만강의 양부인 막손이네 집.

첫 촬영 장면은 만강의 어린시절 역을 맡은 최우혁군이 낫을 숯돌에
간 후 지게를 지고 나무를 하러 떠나는 대목.

평소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는 만큼 낫가는 모양이나 지게지는 품이
무척이나 어색하다.

하지만 부모역을 맡은 베테랑 연기자 이영하와 한혜숙이 친절하게
연기지도를 해줘 두어번의 NG만 내고 바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갔다.

이날 촬영의 하이라이트는 김생원의 씨를 밴 여종 옥단이가 아이를
떼기 위해 절벽에서 물속으로 뛰어드는 장면.

옥단역을 맡은 SBS 5기 탤런트 정진경은 아직 쌀쌀한 날씨에 시퍼런
물속으로 뛰어드는게 영 내키지 않는 모습이었으나 김재순 PD의 "액션"
이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곧바로 과감하게 다이빙.

촬영장 주위의 스태프들과 취재진은 입술이 새파랗게 질린채 오돌오돌
떨며 물밖으로 나오는 정진경을 향해 일제히 박수로 격려를 보냈다.

매주 월.화요일 밤 9시50분에 방영될 "만강"은 조선 영조시대 연일
현감을 지낸 실존인물 엄택주 (본명 만강)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본래 양반집의 아들로 태어났으나 집안의 암투로 여종 옥단이 낳은
아들과 뒤바뀌어진 주인공이 신분을 속이고 과거에 급제, 지방 수령까지
지내지만 결국 신분이 탄로나 유배를 떠난다는 게 기둥줄거리다.

지난 87년 "사모곡"이란 타이틀로 KBS에서 방영되었던 것을 이번에
리메이크한 것으로 당시 여주인공 보옥으로 출연했던 김혜수의 출세작
이기도 하다.

이 드라마는 KBS2TV 사극 "조광조"와 같은 시간대에 편성돼 있어
앞으로 치열한 시청률 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서민 사극과 궁중 사극의 대결이라는 점도 관심거리.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