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취득이 늘고 있다.

올들어서만도 50여개 기업이 6천5백억원 어치의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신고했고 추세대로라면 상반기 전체로 1조원은 족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자사주 취득의 목적은 물론 주가관리와 경영권 방어다.

그러나 과연 상장기업이 이렇듯 거대한 자금을 들여 자사주를 사들여야
하는 것인가는데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1조원의 무상증자를 실시하고 3,000억원의 자사주를 취득중인 삼성전자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것을 다시 사들인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게 중론이다.

상장기업들 전체로는 하반기까지 아마도 2조원 정도를 자사주에 투자할
모양이지만 이거대한 자금은 회사의 연구개발이나 판매촉진에 쓰는 것이
장기적인 주가관리에도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자사주 취득열기는 보다 본질적인 의문도 제기해 놓고 있다.

대부분 기업들은 자사주 취득의 목적을 경영권 안정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영권의 안정을 위해서는 회사가 아닌 대주주가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 원칙에도 맞다.

대주주가 회사돈으로 경영권 방어를 꾀하는 것은 대주주가 회사돈을 빼내
개인 용도에 사용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이는 지분만큼 회사를 지배하는 주식회사 제도의 기본에도 어긋나고
그만큼 대주주에게는 근거없는 프리미엄을 주는 것이다.

당국은 기업매수 합병의 자유화야말로 시장경제의 근간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대주주든 소액주주든 출자비분에 따라 권한을 분점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