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훈 < 과기자문위원 >

우리나라는 이제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 선진국대열에 진입하게
되었다.

정보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확산으로 세계화가 가속되고 있으며 공산주의
체제몰락과 더불어 자유시장경제체제의 영역은 넓어지고 있다.

자유시장경제체제는 기업을 무한경쟁의 싸움터로 내몰고 있다.

전반적인 경제발전 속도는 빨라지고 있으나 승자와 패자를 분명히 갈라
빈부격차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지식산업사회에 돌입하면서 국가경쟁력의 핵심요인으로 국민개개인의
창의성발휘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세계변화추세 속에서 우리나라의 상품경쟁력은 국제시장에서
경쟁국가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시장개방추세와 더불어 국내시장에서도 확고한 위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0여년동안 과학기술 혁신체제에 범국가적인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정부출연연구소의 연구결과는 산업체 경쟁력제고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민간연구소는 이미 2,000개를 헤아리지만 연구결과를 상업화한 성공사례는
아직 극소수에 불과하다.

과학기술 전문인력양성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교육도 경제발전추세와 비교
하면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이러한 국가과학기술 혁신체제나 인력양성체제가 현상의 연장선상에
머무른다면 향후 경제발전속도와의 상대적인 격차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과학기술 혁신체제의 비효율성 역시 국가간 경쟁에서 장애요인으로 작용,
경제사회발전을 가로막을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인식아래 세계화 정보화의 방안으로 새로운 과학기술장관
회의를 마련하고 과학기술특별법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새로운 과학기술 혁신의 틀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그간 여러번의 공청회를 통해 나타난 학계 전문기술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무한경쟁으로 특징지어지는 개방화 세계화추세속에 개인의 창의성이 무엇
보다 강조되고 있다.

과학기술은 상품경쟁력강화를 위한 전문분야가 아니라 인류사회의 생활
문화와 복합된 문화로서의 의미가 강조되고 있다.

개인의 창의성은 시장경쟁원리에 따라 촉진되어야 하며 정부의 역할은
공정하고 자유스런 시장경쟁 여건을 마련하는데 한정되어야 한다.

대학도 특정한 노하우를 전수하는 기관이 아니라 기초지식(과학기술혁신은
자연과학지식의 이해가 바탕이 된다)을 이해시키고 그 토대위에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쪽으로 교육방향을 잡아야 한다.

전문지식은 보편타당성이 있어야 하므로 공개적이어야 하며 창의적인 사고
는 특정한 여건에서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

개인의 창의성은 사회의 네트워크를 통하여 시장혁신으로 구현되어야 그
사회의 경쟁력을 높일수 있다.

정부는 혁신을 위한 하부구조를 다지고 네트워크가 형성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국가경쟁력을 제고할수 있다.

정부의 산업별 육성자금은 과학기술부문 투자로 전환하여 정부예산의
과학기술 투자비중을 높여야 한다.

예산의 중요부분은 초등학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의 과학기술교육및
기초과학기술진흥을 위해 투자되어야 한다.

기초과학기술진흥은 국제협력을 통해 상호부담을 줄일수 있고 효율성도
높일수 있다.

과학기술분야의 협력은 외교 국방측면에서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정부출연연구소를 통한 국가연구개발투자는 사회간접자본및 기초시설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분야와 국가표준데이터를 마련하는 부문에 집중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본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부수적으로 용역받아
수행하는 연구개발을 일부 담당해야 하며 이런 능력은 중소기업 기술개발
지원업무에도 활용될 수 있다.

정부출연연구소의 경쟁력을 키울수 있는 운영방안이 모색되어야 연구요원의
사기도 진작될수 있다.

이미 상당한 수준에 와 있는 우리의 과학기술 혁신체제를 기초다지기에서
부터 새롭게 시작하자는 제안은 21세기 지식사회로 가는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우리의 미래를 공고히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는 오늘을 일부 희생하자는 것이므로 여론수렴 없이는 불가능
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