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양국구도가 사라진 오늘이지만 빌 클린턴 대 보브 돌로 압축돼 가는
미국 대통령 선거전의 귀추가 세계 관심의 핵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여전하다.

더욱이 대만해협에 드리운 전운속에 아시아는 미국이란 힘의 존재를
도외시하고는 역내 자체적 안전보장 조차 힘겨운 엄연한 현실앞에 새삼
놀라고 있다.

8명의 경합에서 돌 상원 원내총무가 지난 슈퍼 화요일의 7개주 예선에서
압승을 거두어 공화당후보로 확실해 지면서 그가 어떤 사람이며 돌과
클린턴의 승부가 내외에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를 아무도 관심밖에 둘수는
없다.

현지언론의 극적 대조는 표현의 적절성을 떠나 이해를 돕는다.

돌은 대공황을 겪고 2차대전에 참전 부상했으며 대선에서 세번 나섰던
40년경력의 73세 노정객, 그래서 "돌아온 성인"이고 월남전 반대경력의
클린턴은 종전후 베이붐세대로서 "돌아온 애숭이"이다.

돌아왔다는 표현은 케네디(60년)에서 부시(92년)에 이른 7명 동년배의
32년간 연속집권을 클린턴이 끝낸지 4년만에 받는 심판이란 뜻이다.

전쟁과 고난을 체험한 마지막 세대와 풍요속에 어려움 모르고 자란
세대간 대결에서 미국 유권자가 내릴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말처럼 그리 단순한 것은 아니나 크게 봐서 미국정치가 당면한
도전은 두가지로 집약될수 있다.

외교상의 신고립주의에다 저소득층 부양반대가 그것이다.

보스니아등 일체의 대외개입, NAFTA등 국내 일자리를 줄이는 모든 경협을
거부하며 유색이민을 폐쇄하는 극단노선으로서 주로 뷰캐넌이 대표해온바다.

돌 후보는 언변 지변부족 고령등의 약점으로 수세에서 출발했다.

그럼에도 역전승을 거두게 된것은 경쟁자가 너무도 거센 폐쇄 노선인데다
만만치 않은 호응이 오히려 일반과 당내의 노파심을 견제로 전환시킨데
힘입은 것이다.

오는 8월 전국대회의 정식지명을 받아 11월 투표에 가기까지 시간의 길이가
두후보에게 서로 다르다.

돌에겐 극복해야 할 과제가 아직도 많아 시간이 짧고, 클린턴에게는 순간
일을 그르칠수 있는 복병이 숨어있기에 너무 지루하다.

우선 도전자 돌에게 가장 중요한 조건은 그의 부족부분을 보완해줄 런닝
메이트 인선과 아직도 기권이나 사후 협력을 거부하고 있는 뷰캐넌 등
반대파를 포용하는 일이 똑같이 긴요하다.

전력을 가진 뷰캐넌이 이번에도 벼르다가 전당대회에서 지지세력을 훼방에
활용한다면 단합 당세를 클린턴 공략으로 이끄는 바람몰이에 결정타를 입을
수 있다.

결국 돌 진영에 그러저런 특효약으로 꼽히느니 걸프전의 영웅 파웰장군을
부통령 후보로 끌어안는 일이다.

그것도 고령 대통령하 최초의 흑인 부통령이라는 거부 입김이 문제지만
중산 유색인등 광범한 득표엔 최상이라는 세평이다.

그런다 해도 현재론 클린턴에 어림없는 열세다.

하지만 화이트워터등 과거비리 폭로, 보스니아 파견군의 피습등 아무도
장담키 힘든 현직으로서의 위험성이 따른다.

올 선거에서 미국민은 자만이란 시대착오와 유일 지도역이라는 보람중
택일하길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