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박물관의 대부분은 유명무실한 상태이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업이나 공공재단의 재정지원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술사연구가 정석범씨는 "가나아트"3.4월호의 권두논문 "박물관의
사각지대 대학박물관"에서 우리나라 대학박물관의 현황과 과제를
분석하고 이같이 밝혔다.

이 논문에 따르면 94년 현재 우리나라의 박물관은 모두 117곳.

이중 86곳이 대학박물관이나 독립건물을 보유한 곳은 전체의 36%에
불과하며 전시실의 평균면적도 299평밖에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장고는 박물관 전체면적의 15.7%인 80평밖에 안돼 유물보존
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장유물이 5,000점을 넘는 곳은 23곳뿐이며 대부분이 주5일 개관에
연간 관람객도 3,240명에 그쳤다.

하루 평균 12명만이 이용했다는 계산이다.

연간 예산은 3,000만원 이하가 전체의 60%를 차지했으며, 74%가
관리경비직과 사환을 포함한 직원 총수가 5인이하였다.

연구원은 1~2명에 불과했다.

결국 우리나라 대학박물관의 대다수가 열악한 시설, 전문인력의
태부족, 재정의 영세성 등으로 유명무실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셈.

정씨는 이같은 상태를 개선, 대학박물관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미국의 대학박물관처럼 기업체나 공공단체의 지원을 받아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버드대 박물관의 경우 89~90년의 기준예산이 55억원인데 이중 45.4%가
기금이윤이고 각종 기부금과 보조금이 13.1%를 차지했다는 것.

다른 공사립대박물관도 영구기금이윤과 기부.보조금이 수입의 양대 축을
이루며 따라서 미국 박물관들의 기금유치경쟁은 치열하다는 분석이다.

연구에만 몰두하는 것은 더이상 박물관종사자의 미덕이 아니며 능동적인
자세와 고도의 세일즈감각을 갖춰 보다 많은 기금을 유치해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정씨는 박물관의 장래가 소장품이나 전시공간의 확충뿐만 아니라
아이디어 경쟁에 달려있다고 얘기했다.

대학박물관이라고 하더라도 기업체와 공동으로 전시회를 마련하고
이를 계기로 장기적인 기금유치에 나서야 한다는 것.

쥐꼬리만한 국고보조금이나 학생들의 기성회비에 의존해서는 지금같은
영세성을 벗어나기 힘들며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의 장"으로서
제 기능을 다할수 없다는 지적이다.

지방대학들도 각기 지역특색에 맞는 프로그램을 찾아 특별전을
연다면 최소한 그 지역내지 지역출신 기업체나 단체의 지원을 얻어낼수
있으리라는 것.

지역소장가나 동문소장가의 협조를 얻어 기획전을 여는 것도 지방대학
박물관의 활성화 방안으로 제시됐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