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HDPE(고밀도폴리에틸렌) 등 주요 합성수지 제품의 수출가격이 3월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는게 그 반증이다.

대중국 수출주종품인 HDPE와 LDPE(저밀도폴리에틸렌)은 이달들어
지난달보다 각각 14.4% 7.9%나 올랐고 그동안 상승폭이 미미했던
ABS PS등도 전달보다 각각 4.2%, 4.4% 오르는등 고개를 치켜세우고
있다.

유화업계는 당초 1.4분기엔 구정연휴등으로 중국의 수요가 감소해
합성수지가격은 빨라도 4월 이후에나 정상을 되찾을 것으로 내다봤었다.

그러나 중국정부가 비문(수입면장:I/L)사용기간을 올 1.4분기까지
연장해주면서 가수요가 발생해 지난 두달을 "무사히" 넘겼고 이달부터
갑자기 급상승커브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HDPE의 경우 지난 11일 t당 8백45~8백55달러에 계약되다 3일만에
다시 30달러가 급등하는 등 과열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상태다.

예년의 경우 유화수출가격은 각국의 정기보수가 집중되는 4월부터
상승하는게 상례였다.

따라서 3월의 상승국면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합성수지수출가격이 이처럼 급상승하고 있는 것은 공급요인이 크게
줄어서다.

우선 미국의 잉여물량이 동남아로 쏟아져 나오고 있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미국이 지난해 경기 연착륙에 성공해 자국시장에도
공급이 달리는 편"이라며 "예년에 미국과 유럽물량이 유입되면서 유지됐던
가격밸런스가 올해는 깨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업체들은 실제로 내수수요가 급증해 최근에는 2.4분기부터
주요 제품가격을 인상하겠다고 잇달아 발표하고 있어 한동안 동남아로
내놓은 물량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지역 업체들의 정기보수도 공급감소요인이다.

4월부터는 한국을 비롯 동남아 주요 유화업체의 정기보수가 집중돼
한동안 공급부족현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4월초 한화종합화학을 시작으로 대한유화 LG화학
현대석유화학이 정기보수에 들어간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기보수로 2.4분기 생산량의 12%가 넘는
10만~12만t의 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일부 업체들이 이달부터 재고조정을 하고 있는 것도 감소요인의
하나로 풀이된다.

공급이 타이트한데도 최대 수요처인 중국에서는 잇달아 가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것도 합성수지 국제가 상승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정부가 95년도 비문을 올 3월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
가수요발생의 가장 큰 요인이다.

특히 3월들어 이례적으로 가격이 급등한 것은 비문을 아직 사용하지
못한 수입업자들이 앞다퉈 막바지구매에 나서기 있기 때문이란게 업계의
분석이다.

또 일부 수입업자들이 미국 및 유럽의 물량이 올해는 흘러나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바탕으로 1.4분기부터 비축구매에 나서고 있는 것도 또
다른 가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특히 유럽의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선물용 완구를 제작하는데
쓰이는 소재인 ABS와 PS가 아직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들기
시작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합성수지 수요는 PE와 PP의 경우 지난해 수입량인
3백만t을 훨씬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어쨌든 국내 유화업체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상태다.

3월 수출물량은 이미 모두 계약됐고 현재는 4월 수출물량에 대한 네고가
이미 시작된 상태다.

물론 복병은 있다.

무엇보다 최대 시장인 중국이 변수다.

그동안 가수요를 부추겨왔던 95년 비문 사용기간이 3월말로 끝나고나면
갑자기 4월부터는 수요가 급감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중국과 대만사이의 긴장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경우도 무시못할
요인이다.

이미 중국의 수출입항인 하문이 폐쇄돼 선주들을 불안케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공급요인이 적고 특별한 악재가 없다는 점에서 상반기 동안은
유화경기가 밝을 것이란 점만은 분명한 것 같다.

유화업계는 벌써 상반기 걱정은 접어두고 정기보수가 끝나는 7월께
어떻게 수출물량을 조절하느냐는 문제에 머리를 싸매고 있을 정도다.

<권영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