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에도 가격 파괴 바람이 불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영화제작비를 줄여 적은 비용으로 알찬 영화를
만들려는 운동이 일고 있는 것.

영상기획제작사인 CMS (대표 홍영욱)가 신예 감독들을 중심으로 펼치는
인디애프 (Independant Alternative Film : 대안적 독립영화) 운동이
대표적인 예.

편당 1억5,000만~2억원으로 16mm 상업영화를 제작, 일반 극장에서
상영하고 비디오로도 출시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다소 낯설지만 영화 선진국에서는 독립된 장르로 영역을
굳힌 시스템이다.

영화 1편당 제작비가 최소 10억~30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상업성과
예술성을 결합시킨 이같은 시도는 새로운 제작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 제작비 때문에 아까운 작품을 묵히던 신예 감독들에게 창의력
발휘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한 현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더욱이 상업영화의 양산기지로 일컬어지는 대기업들까지 이 운동에
적극적인 지원의사를 밝히고 있어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계속되는 제작비 상승에 압박을 느끼던 대기업들이 적은 예산으로
양질의 소프트웨어를 많이 확보할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앞다퉈 관심을
보이는 것.

이 운동에는 최근 "학생부군신위"로 저예산독립영화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박철수 감독과 "마스카라"를 연출한 이훈 감독 단편
영화로 재능을 인정받은 박찬욱 윤태용 봉준호 장준한 류승환 감독
시나리오작가 이무영씨 등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중 박찬욱 이훈 윤태용 감독은 3월부터 각 1편씩 제작에 착수하고
봉준호 장준환 류승완 감독은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를 함께 만들
계획이다.

이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 경우 비디오 판권만으로도 제작비 환수가
가능한 만큼 한국영화의 장기적인 제작기반 안정에 도움이 되리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

그러나 국내에 16mm 상영관이 많지 않아 이를 극장에 올리려면
35mm 영사기로 확대 상영해야 하는 등 문제도 적지 않다.

이에대해 CMS측은 "동숭시네마텍을 비롯 16mm 상영관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촬영때부터 슈퍼16mm (35mm와 호환 가능한 고화질 카메라)를
사용할 계획이어서 문제가 없을것"이라고 밝혔다.

할리우드 영화에 맛을 들인 국내 관객들이 얼마나 호응할지도 미지수.

그러나 관객운동을 통한 시장성 검증은 이미 끝났다는 것이 이들의
분석이다.

최근 몇년사이 일반의 영화선별 안목이 높아진데다 예술.실험영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 났다는것.

지난해 "천국보다 낯선" 등 비상업적 영화들이 놀랄만한 관객동원을
기록했으며 "서울단편영화제"에도 1주일동안 2만여명이 다녀가는 등
마니아층의 저변확대가 충분히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