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과 함께 우리 증시를 떠받치는 3대 기관투자가의 하나인
투자신탁회사들이 요즘 고객들과의 분쟁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분쟁내용은 투신사 직원들이 일정한 수익률을 보장해 주겠다고 한
약속이나 각서를 믿고 주식형 수익증권을 샀던 투자자들이 수익은 커녕
원금마저 축나자 투신사에 손해보상을 요구한 것이다.

투신사들은 이같은 분쟁이 직원과 고객간의 시비일 뿐이라며 발뺌을
하고 있고, 투신사 직원들은 투자자들도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고 버티고
있다.

급기야 몇몇 신용금고와 한 학교법인이 투신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밖에 YMCA에 피해사례가 접수된 250여명의 개인투자자들도 투신사들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벌일 태세여서 수익률 분쟁은 법정공방으로 이어지게
됐다.

원고측이 각서는 특약 사항으로 약관에 우선한다고 주장하는데 비해
투신측은 보장각서가 영업상의 편법일뿐 그 자체가 무효라고 보고 있다.

법리적인 판단은 법원에서 하겠지만 우리는 분쟁발생의 배경을 살펴보고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일 예방대책을 소홀히 할 경우 투신사의 영업부진및 입지약화로 증시
안정이 위협받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수익률 분쟁은 이번만이 아니라 주식형 수익증권을 산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때마다 불거져 나왔다.

수익률을 보장해주고 투자자금을 끌어오는 변칙적인 영업행위는 지난 90년
지방 투신사들이 설립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작했다고 한다.

또한 당시는 89년말의 "12.12 증시 부양조치"로 투신사들의 경영이
뒤틀리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수익률 분쟁발생의 근본원인은 정부와 투신사들에 있다고 해야
한다.

먼저 증권당국의 시각과 정책방향을 뜯어고쳐야 한다.

정부는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투신사를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을 동원해
주식매입을 강요했다.

증시가 시장자율에 맡겨지지 않고 정부손에 좌우되며 기관투자가들이
증시부양책의 소도구로 전락해 있으니 증시발전이 더디고 기관투자가들의
경영내용이 엉망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증권당국은 소액투자자를 보호하고 증시효율을 높이기 위한
제도개선은 등한시한채 투신사의 인사를 좌지우지하고 자산운용에까지
시시콜콜 간섭해 책임경영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번에도 수익률분쟁이 소송으로 번지고 언론에 크게 보도된 뒤에야 관련
임직원을 문책한다, 투신사를 특별 검사한다, 분쟁 조정기구를 만든다,
시정명령을 내린다 하며 뒤늦게 부산을 떨고 있다.

투신사들도 투자수익률을 높여 고객에게 서비스할 생각보다 상품판매에만
급급해 변칙영업을 일삼고 분쟁이 생기면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그릇된 풍토를 하루빨리 고쳐야 한다.

증권사와 투신사의 상호진출이 허용되고 외국 투신사의 국내 진출마저
예상되는 판에 언제까지 정부눈치만 볼 작정인가.

어제부터 운영에 들어간 "투신 분쟁조정위원회" 활동을 주목하는 동시에
근본대책 수립을 다시한번 강조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