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이 8일 열린 중앙노사협의회에서 공익위원이 제시한 단일임금인상안을
거부하고 단독안을 제시키로 함으로써 올해 임금협상을 벌일 단위사업장
노사가 상당한 혼선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단위사업장노사는 노/경총이 따로 제시하는 별도의 임금인상안을 갖고
협상에 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서 공익위원들이 올해 적정임금협상인상률로 5.1-8.1%를 제시
하자 노총은 인상률의 높고 낮음을 떠나 이안을 받아들일수 없다며 단독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노총의 이주완사무총장은 이와관련, "중앙단위의 임금인상안이 산하
조합원들의 정서에 안맞는데다 지난해 12월22일 노총 중앙위원회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반영돼 경총과의 임금합의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더이상 이문제를 놓고 토론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그동안 노,경총이 합의한 단일임금인상안이나 정부가 제시한
임금준거안을 토대로 임금협상을 벌여오던 단위사업장노사는 올 협상때는
큰 혼선을 겪을 전망이다.

단위사업장노사는 이제 노,경총이 따로 따로 제시하는 별도의 임금인상을
갖고 협상에 임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총의 이날 반발은 그동안 조직내부와 재야노동세력의 결집체인 민주노총
으로부터 비판의 표적이 돼온 임금합의를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포기
함으로써 재야노동단체와의 선명성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지난해11월 민노총 출범이후 동요하고 있는 산하노조의 조직력을 다질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조직이탈의 명분이 될수 있는
임금합의를 굳이 할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송수일노총위원장직대도 "민노총이 출범하는등 노동계주변상황이 어렵고
앞으로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중앙노사협의회에서 이처럼 첨예한
사안을 내놓은 것은 문제"라며 최근 노총의 입지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음을 인정했다.

다시말해 재야노동계가 출범하면서 노동계의 주도권다툼이 본격화되고
있는 마당에 산하조직에게 영향을 미칠수 있는 이같은 미묘한 문제를 수용할
경우 노총은 물론 정부나 재계에도 득이 될게 없다는 얘기이다.

송위원장은 이에따라 이날 회의에서 임금문제 대신 지난해 전국산업현장
으로 확산된 생산적 노사화합분위기등 노사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시킬수
있는 문제를 놓고 노.사.정이 허심탄회하게 토론하자고 제의했다.

이날 노총이 공익위원이 제시한 임금인상안을 거부했음에도 불구 재계와
정부측 관계자들은 사태의 진전에 따라 노총의 입장이 바뀔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와 재계가 노동계의 공식적인 파트너로서 노총을 인정하고 있고 노총
으로서도 지난 93년과 94년 2년동안 경총과 중앙단위의 임금합의를 하면서
국가경제와 기업의 발전을 위해선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만큼 번복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따라 진념노동부장관은 "노총과 경총및 정부관계자가 이달말까지
협상을 벌여 노,경총간 임금합의여부를 결정하고 만일 노,경총이 서로
단독안을 제시할 경우에도 단일임금인상안 도출을 위해 또다시 협상을 벌여
달라"고 당부했다.

조남홍경총부회장도 "재계는 중앙단위의 임금가이드라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경제가 국민소득 2만달러, 3만달러시대로
진입하기 위해선 노사자율에 의한 임금합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무튼 중앙단위의 노사간 임금합의가 출발부터 삐걱거림에 따라 올해
임금협상뿐 아니라 노사관계 전반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
되고 있다.

<윤기설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