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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경제운용엔 그야말로 난제가 산적해 있다.

전반적으로 성장멈춤 증세가 뚜렷해 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대해
볼만한 구석은 안팎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운 형국이다.

첩첩산중이고 그 어느 곳 하나 손쉬워 보이는 대목이 드물지만 가장
걱정해야할 5대과제를 꼽아 보았다.

<>경기급강하 방지 <>양극화 해소 <>노사관계 안정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응 <>해외자본 유입 대처가 그것이다.

물론 물가안정과 부동산투기 재연 방지, 수출촉진, 행정규제 완화 등도
게을리 할 수 없는 과제이기는 하다.

5대과제의 현황과 대응방향을 풀어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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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급강하 방지 >>>

새해 경제과제중 우선 순위가 가장 높은 것은 역시 경기 연착육이다.

이는 지난 93년이후 3년간 장기 호황을 지속해온 국내경기가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않으면서 어떻게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느냐의 문제다.

그동안 주요 경제지표의 전반적인 추이를 보면 경기급강하의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게 정부측의 시각이다.

정부는 96년 경제성장은 9%를 넘었던 95년과는 달리 7~7.5%의 적정
성장수준으로 둔화, 연착륙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추정의 근거는 우선 지가변화등 거품 요인의 영향이 거의 없어
급속한 경기 냉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해 민간소비는 경제성장률과 비슷한 7%대의 안정적인 증가를 보이고
설비투자 증가율도 95년보다는 크게 둔화된 7~9%대로 예상되지만
반도체 전자 등의 투자는 지속되며 수출 역시 세계경제의 성장지속으로
14~15%의 안정적인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고있다.

물가역시 국제원자재 가격 안정으로 4%대 달성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낙관이 과연 그대로 맞아 떨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우선 최근의 경기 상황을 보면 자칫 경기가 급랭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

비자금사건이 터진 10월의 산업생산 증가율은 9.7%에 불과,
상반기(13.1%)는 물론 3.4분기(13.1%)에 비해 급격한 둔화추세를 보였다.

게다가 비자금사건과 대기업 총수들의 잇따른 사법처리 등은 주가하락과
설비투자 동결등의 결과를 이미 나타내고 있다.

증시침체를 필두로한 경제불안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미지수이나
비자금정국이 장기화될 경우 이런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고 볼수 밖에 없다.

<<< 금융종합과세 >>>

올해부터 실시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로 자금시장이 얼마나 동요할
것인가, 자금이 얼마나 제도권을 이탈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그동안
꾸준히 논의가 있어왔으나 최근 금융시장 동향을 종합해 보면 당초
예상보다는 큰 충격이 없다는게 대체적인 견해이다.

얼마전 한국은행은 95년내에 약4조원, 96년3월까지는 약3조원등
종합과세로 약7조원의 자금이 이동하고 이것으로 자금이동은 대충
일단락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것도 자금의 대부분이 제도금융권내에서 종합과세를 피할수 있는
장기상품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여 자금시장에 충격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한은의 전망은 다른 기관의 전망과 큰 차이가 없다.

조세연구원이 자금이동규모를 5조~10조원, 금융연구원 3조~5조원,
삼성경제연구소 5조~7조원, LG경제연구소는 10조원으로 각각 예상하고 있다.

당초 부동산 사채 골동품등 제도권밖으로 자금이 대거 이동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으나 부동산실명제와 비자금사건으로 인한 사채시장의 냉각
등으로 제도권밖으로 나가는 돈은 당초 예상보다 많이 줄어들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최근 잇달아 취해진 부동산규제완화 조치는 또다른 부동산
투기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어 계기가 마련되면 뭉칫돈이 다시 부동산시장으로
몰릴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총선등으로 물가불안이 가중될 경우 95년초에 다소 잠잠했던
자금이동이 첫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이루어지는 오는 5월을 앞두고
대거 제도권을 이탈할 가능성도 아직은 남아있다.

<<< 노사관계 안정 >>>

95년에는 노사관계가 그 어느해보다도 안정된 해였다.

11월까지 분규발생건수가 87건으로 94년 같은 기간의 112건보다도
25건이나 적었다.

93년(144건)과 비교하면 절반을 웃도는 수준에 불과하다.

임금상승도 95년 상반기중 10.3%로 전년 동기에 비해 3.1%포인트
떨어지는등 임금상승 추세가 어느정도 안정을 찾는 조짐을 나타냈다.

또 노사협력 선언사업체수가 2,000개를 상회하는등 노사양측의 자세도
상당히 바뀌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 노사관계에는 어두운 면도 많아 이를 낙관만 할수는 없는
상황이다.

우선 제15대 총선,전직 대통령비리사건,노동계간 선명성 경쟁등으로
노사관계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총선을 계기로 노동자들의 자기몫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질
가능성이 큰데다 특히 94년 11월 민노총이 출범, 노사관계를 어렵게
할수 있는 태풍의 눈으로 등장했다.

여기에 현대그룹소속 노동자들의 단체인 현총련도 96년 노사관계의
방향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단체로 꼽히고 있어 노사관계를
낙관만할수는 없다.

한편 96년 노동시장은 성장률 둔화로 노동력 부족 현상이 다소
완화될 전망이다.

실업률도 95년 추정치인 2.0%보다 0.3~0.4%포인트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제조업 부문중에서 특히 중소기업의 인력부족은 96년에도
지속될 것이며 이에따라 제조업 취업자의 증가율도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

임금상승 압력은 경제성장률 둔화에 따른 실업률 상승으로 95년보다
오히려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 해외자본 유입 >>>

96년도 자본수지는 자본거래 자유화 폭과 속도등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대체로 95년보다 다소 늘어난 110억~140억달러의 흑자가 예상되고 있다.

외화증권발행과 개발기관 차입은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세가 둔화됨에
따라 다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나 외국인주식투자 한도확대 등의 자본
거래 자유화와 직접투자제한 완화로 인해 외국인주식투자 외국인직접투자
단기자본유입등은 상당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OECD가입 협상과 관련, 기존 외환제도개혁계획중 일부를 조기 자유화
하거나 또는 자유화폭과 속도를 앞당겨 확대할 경우 해외자본유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우선 외화증권발행으로 인한 순유입규모는 30억~35억달러, 개발기관
차입은 25억~30억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상업차관의 경우 순유입규모는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세 둔화로 그다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외국인주식투자 규모는 외국인주식투자 한도확대로 30억~35억달러의
순자본유입이 예상되며 외국인 직접투자는 지속적인 투자환경 개선으로
95년보다 다소 증가해 10억~1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급속한 대규모 외화유입의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으나 국내외
금리차와 외환제도개혁등으로 단기에 자본유입이 집중되거나 예상을
크게 상회하는 경우 급속한 환율절상으로 인한 무역수지 악화 등의
부작용도 발생할 우려가 있다.

외화유입은 곧바로 국내통화증발로 연결되기 때문에 이에대한 관리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 양극화현상 해소 >>>

중소기업과 대기업, 경공업과 중공업, 내수산업과 수출산업간의 불균형을
바로 잡는게 중요한 과제로 대두됐다.

정부는 그동안 이같은 양극화는 산업구조 개편과정에서 나타나는
불가피한 현상으로 보아왔다.

그러나 최근 계속된 중소기업 연쇄부도와 경공업의 퇴조는 이를 단순한
구조조정 과정으로만 보기에는 경제에 미치는 주름살이 너무 깊다는게
확인됐다.

중소기업의 자금난에 따른 연쇄도산이 경기연착륙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정부내에서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경기양극화는 소득분배와도 연결돼 있어 정치적인 비중도 상당히
큰 심각한 문제다.

중소기업 부도는 특히 비자금사건으로 마비되다시피한 사채시장의
동태와 관련,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올들어 도산한 중소기업수는 지난해보다 30%이상 늘어 1만개를 넘어서고
있다.

경공업의 극심한 침체 역시 예삿일이 아니다.

95년중 중화학공업의 산업생산 증가율은 15%를 넘을 것으로 보이나
경공업은 94년 3.1%, 95년 상반기 2.5%를 나타낸데 이어 95년 3.4분기에는
마침내 마이너스 (-0.3%)로 돌아섰다.

정부는 이미 95년초부터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각종 지원대책을 마련,
발표한데 이어 연말에도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한 추가지원책 마련에
나섰으나 아직까지 뾰족한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기양극화 해소는 중장기적인 과제이므로 단기적인 산업지원보다는
장기적인 금융자율화를 통해 중소기업금융이 확대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새해초 경기후퇴기와 경기 양극화 현상이 맞물려 정부는
경기급강하를 막기 위한 단기대책도 마련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 김선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