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시장의 올해 최대 이슈는 주세법의 개정이었다.

지난 7월 위헌논란까지 일으키며 국회를 통과한 주세법 개정안은
소주시장에 두가지 큰 변화를 가져왔다.

첫째는 자도주의무구입비율 50%를 신설함으로써 소주시장의 경쟁이
시장기능외에 인위적인 조정을 받게 됐다는 점이다.

둘째는 소주의 제조법에 지금까지 금지해왔던 올리고당 포도당 맥아당
벌꿀 인삼 등의 첨가를 허용함으로써 이른바 "기능성 소주시대"의 개막을
가능케 했다.

최근 맥주 양주 등의 등쌀에 밀려 만년 정체상태를 면치 못하던
소주업계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기능성소주의 제조 및 판매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소주업체들은 고가 고품질의 신제품 개발만이 소주시장의 침체국면을
탈피할 수 있는 돌파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감미료의 제한이 해제된 것은 지금까지 소주판매의 걸림돌이
돼왔던 "스테비오사이드"의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환영을 받고 있다.

일본에서 개발된 스테비오사이드는 그동안 미식품의약국(FDA)의 공인을
받지 못해 국산 소주의 해외수출에도 장애물이 돼왔다.

"소주를 마시고 난 다음날 아침엔 뒷골이 아프다"

"마실때 역겨운 맛을 느낀다"는 등 부정적인 인식을 일소할 수 있는
신제품의 개발가능성도 그만큼 앞당겨졌다.

주세법 개정안이 실질적으로 적용된 10월이후 진로와 두산경월은
곧바로 올리고당이 함유된 신제품을 내놓는 기민함을 보였다.

올리고당은 대장에 좋은 비피더스균을 생성하고 비만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의 일종이다.

소주의 주 감미료로 쓰여왔던 스테비오사이드에 비해 가격이 30% 가량
비싸다는게 흠이다.

소주업계는 한 술 더 떠 벌꿀 인삼 등이 첨가된 고기능성 소주를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벌꿀소주의 경우 아직까지 국내 애주가들이 단맛이 나는 소주에는
거부감을 느낀다는 한계는 있으나 신세대층이나 여성음주층 등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판촉활동을 벌이면 통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기능성 소주의 개발은 특히 자도주를 50%이상 구입해야 하는 주세법
개정안으로 지방시장 진출에 타격을 받은 진로 경월 등 대기업의
우회전술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벌꿀소주나 인삼소주의 경우 제맛을 내려면 감미료 등 각종 첨가물들이
전체 소주의 2%이상이 들어가야 한다.

이 경우 리큐어(과실주)로 분류돼 의무구입제한에 해당되지 않는다.

리큐르의 주세율은 50%로 35%인 소주보다 높아 출고가가 상승되는
부담은 있지만 큰 장벽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올해 "시티소주"(보해) "뉴화이트"(무학) "참소주"(금복주) "그린20"
(보배) 등의 신제품으로 수도권시장 공략에 나섰던 지방소주사로서도
기능성 소주는 새로운 틈새시장을 개척할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 환영받고
있다.

한편 주세법의 개정은 지방소주사들의 자도시장 방어에도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소주 선양소주(충남) 등 개정전 자도시장점유율이 50%를 밑돌았던
업체들외에 타소주사들도 덩달아 혜택을 입고 있는 것.

지방소주사중 가장 자도시장비율이 높았던 보해양조(전남)의 경우도
개정전 85%내외의 점유율에서 불과 두달사이에 최고 95%까지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진로제품만 구입하던 도매상들도 의무적으로 자도주구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소주시장은 지난 10월말까지 판매량이 전년대비 1.28%가 줄어드는
침체를 면치 못했다.

전체 소비의 위축과 인위적인 시장분할속에서 기능성 신제품으로
활로를 찾는 소주업계의 내년 대회전이 주목된다.

< 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