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 < 대우경제연 연구위원 >

자원과 시장을 모두 외국에 의존하는 국가의 통상정책은 곧바로 그 나라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특히 국제관계가 각국의 경제실리에 의해 좌우되는 시대에 있어 통상정책은
협상국과의 관계를 설정하고 경제활동의 성격을 규정하며 국민후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어려운 과제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각종 매체를 통해 국민들의 눈에 비쳐진 우리정부의 통상
정책은 어떠한가.

UR협상과정에서 나타난 협상미숙 문제는 논외로 치더라도 최근에 끝난
한.미간 자동차 협상에서 과거에 지적된 문제점들이 되풀이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협상이 끝났다는 안도감보다는 뒷맛이 개운치 않다.

문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통상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점이다.

WTO의 후속협상과 신다자간 협상이 재개될 것이고, 미국은 또다시 금융
시장 개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과의 협상결과에 불만을 품은 EU와 일본으로부터의 통상압력도
거세지고 있다.

그러면 향후 대외협상에 있어 과거의 실책을 범하지 않으면서 국제규범과
협상국의 이익을 균형있게 고려하고, 국익을 최대한 반영하여 국민들이
공감할수 있는 협상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것인가.

그동안 우리나라 통상정책에 있어서는 크게 두가지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

하나는 어느 부서가 통상의 주도권을 잡을 것인가하는 문제와 다른하나는
협상에 임하여 제시하는 정책대안의 부족이다.

공교롭게도 이 두가지 문제는 통상조직의 개편문제와 관련이 있다.

따라서 협상결과가 좋을 경우 공명심 싸움이 일어나고, 협상결과가 나쁠
경우에는 책임소재 규명이 빗발치는 것 같다.

통상협상에 있어 중요한 것은 관련 산업의 여건반영과 협상결과에 대한
수용능력 여부이다.

이런 맥락에서 통상현안의 주무부서가 주도권을 갖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통상교섭능력이 문제로 남는다.

해당 주무부서의 대표가 교섭에 임하여 협상노하우를 갖고 얼마나 의도한
결과를 얻어낼수 있는 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런차원에서 외무부와 통상산업부가 통상문제를 총괄하는 방안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협상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일리가 있으나, 외국과 달리
순환보직제에다 현안이 있을 때마다 대표단이 구성되고 있는 현실에서
얼마나 협상노하우를 갖출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해당 현안의 전문성과 협상력을 결합시키기 위해 통상교섭은
외무부가 담당하되, 전문성을 요하는 분야는 소관 부처에 의사결정권을
부여하자는 방안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문제는 관료들의 공명심과 부처이기주의가 뿌리깊은 현실에서 부처간
협조가 잘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물론 조정기능을 청와대에서 담당하든, 대외경제협력위원회의 기능을 강화
하든 간에 어느 방안도 여의치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대외통상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의 통상정책의 당위성을 협상
대상국에 이해시켜 가능한한 많은 것을 얻어내는 것이다.

협상에서 약속한 사항의 이행여부도 협상국에 주지시켜 나가야 한다.

다른 선진국만큼 개방해 놓고 항상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이런
연유 때문일 것이다.

특히 협상력이 약한 국가에 있어서는 현지에 우리의 정책을 지지하는 세력
을 조직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대내적으로 협상결과에 대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통상현안
에 대한 국내산업의 현실이 협상과정에서 반영되어야 하고 협상결과에
대해서도 수용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위해 기업등 민간과의 대화채널도 항시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결국 이같은 기능을 종합적으로 수행하고 향후 급증할 통상업무를 순조롭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현재 세계적인 추세인 하나의 정부조직이 통상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조직신설의 문제점은 어차피 정부조직이 국익을 위해 개편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