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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백화점 '점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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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유다 땅 베들레헴아, 너는 유다의 고을 중에서 가장 작은 고을은
    결코 아니다.

    네게서 한 지도자가 나와 내 백성 이스라엘을 다스리리라"

    유다의 예언서에는 이런 이야기가 적혀 있었고 그것은 세명의 동방박사가
    "베들레헴의 별"을 발견해 그별을 따라 찾아갔음으로써 션실화 된다.

    그러나 예수가 탄생한 기원전 4세기에는 그처럼 밝은 별은 베들레헴
    상공에 나타난 적이 없었다는 것이 현대천문학자들에 의해 판명됐다.

    "베들레헴의 별"은 점성술사였던 동방박사들의 눈에만 보였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구세주의 출현을 대망하고 있떤 유태인사회가 창출해 낸 아름답고
    신비스런 신화의 한토막이다.

    문화가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의 고통과 갈등은 없을수 없다.

    지금까지 미신적 사고나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도 정도의 문제다.

    조선조 성종때 조위라는 학자가 있었다.

    그는 어명을 받아 성리학자 김종직의 문집을 편찬했는데 그 첫머리에
    "조의제문"을 실었다.

    무오사화때 유자광이 연산군에게 이 사실을 참소하자 조위는 목숨이
    위태로워졌다.

    때마침 그는 사신으로 명에 다녀오다가 요동에서 이 소식을 듣고
    그 지방의 유명한 점쟁이를 찾아가 길흉을 물었다.

    그의 운수를 따져 본 점쟁이는 말없이 시한수를 써서 건넸다.

    "천층 물결속에서 몸을 뒤집어 나오고 바위밑에서 사흘밤 자기를
    기다린다"는 알송달송한 내용이었다.

    귀국해 정승 이극균의 덕으로 겨우 목숨만 건진 그는 "천층 물결속에서
    몸을 뒤집어 나온다"고 했던 점쟁이의 예언이 적중했음은 알았으나
    "바위밑에서 사흘밤 자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 모르고
    적소에서 병으로 죽었다.

    그러나 갑자사화때 그는 끝내 부관참시를 당하고 시체가 바위밑에서
    사흘동안 방치돼 끝내 "바위밑에서 사흘밤 자기를 기다린다"는 예언이
    실현되고 말았다.

    이쯤되면 용한 점쟁이의 말도 그럴싸 해 보인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는 그의 사후에 누군가가 만들어낸 인위적인 요소로
    가득차 있다.

    파주 연산의 시대가 창출해낸 교훈조의 이야기라고나 할까.

    서울의 몇몇 대형백화점까지 "역학코너"가 설치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는 소식이다.

    "역사바로세우기" 작업때문에 꽁꽁 얼어붙어 미래예측이 불가능해지고
    어수선하기만한 사회의 분위기가 연출해 내는 바람직하지 못한 풍조임이
    틀림없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그것은 신이나 운명의 탓이라는 생각은 시민의
    역사의식까지 마비시킬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 진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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