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종의 올 한해 기상도를 보면 지난7월을 경계로 명암이
확연하게 갈라져 있다.

상반기엔 지난해의 호황을 이어받아 "맑음"을 그렸다.

그러나 수출경기가 고개를 숙이는 바람에 하반기들어 "흐림"으로
돌변했다.

유화업종의 경기척도인 NCC(나프타분해공장)가동률은 상반기중
95%이상을 기록하는등 사실상 완정가동상태를 나타냈다.

이 가동률이 하반기들어 90%선으로 내려왔다.

10월이후엔 85%정도로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공장 가동률이 하락한 것은 크게 보면 국내 유화업계가
2가지의 악재를 만났기 때문이다.

하나는 중국및 동남아지역의 합성수지수요가 부진해진 수요측면의
악재이다.

또 하나는 미국업체의 잉여 합성수지가 동남아시장에 대거 유입된
공급측면의 변화이다.

"국내의 유화산업 경기를 전망하는것은 중국과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점치는 것과 같다"(한화종합화학의 유중식기획이사) 내년도 한국
유화산업의 기상도는 중국측의 수요변수와 미국쪽의 공급변수에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말이다.

세계적인 유화산업 예측기관은 내년도 기상도를 비교적 밝게 그리고
있다.

수급상황으로 볼때 불경기가 도래할 가능성은 희박하며 가격은 금년
하반기때보다는 높아질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의 유수 예측기관인 테크논은 전세계의 내년도 에틸렌 공급능력을
연간 8천3백41만t으로 보고있다.

이에대해 수요량은 7천2백91만t정도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기서 1천만t이상의 차이가 나지만 공장가동률을 90%정도로 잡으면
수급균형이 이뤄진다.

테크논은 한국의 경우로 한정한 예측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내놓았다.

국내의 에틸렌 공급능력은 연간 4백만t, 수요량을 3백63만t정도로
예상했다.

수급상 공장가동률 90%정도는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이다.

미국의 유화산업전문지인 모노머마켓리뷰지는 유학제품의 내년도
국제가격은 금년 하반기 수준과 비교해 전반적으로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의 유화제품 수요가 꾸준하게 이어지고 미국경제도 연착륙에
성공함으로써 현지 유화업체의 재고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한국의 유화공업협회도 합성수지 화섬원료 합성고무등 3대 유화제품의
국내수요를 8백47만1천t으로 잡아 올해보다 15.2%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금년도의 증가율인 6.4%보다 배이상 높은 것이다.

협회의 박훈상무는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반면 유화업체들의 증설
공장 가동은 97년이후로 예정돼 있기 때문에 경기가 서서히 되살아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유화제품의 수출액도 금년도의 약53억달러보다 늘어난
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있다.

유화업계에서는 이처럼 내년도 경기를 비교적 밝게 보는 가운데
투자부문에서는 극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의 투자지침이 금년말로 끝나고 이른바 "유화산업 투자자유화"가
내년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유화업계에서 업스트림 공장인 NCC를 증설하는 경쟁이 벌어질
공산이 커졌다.

벌써부터 현대석유화학의 경우 "투자자유화만 공식화되면 제2 NCC를
건설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LG화학 한화종합화학등은 기존적으로 NCC증설에 반대하고 있으나
"현대가 한다면 따라서 증설경쟁에 나설 수 밖에 없지 않는냐"로
응답하고 있어 내년초부터 NCC 증설문제가 유화업계의 최대 이슈로
부상해 있는 것이다.

내년도 한국의 유화산업은 경기문제 보다 오히려 국내의 특수성을
반영한 투자문제로 더 술렁일 것으로 보인다.

<양홍모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