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이 지난달 30일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경영
합리화 방안을 발표한데 이어 1일에는 전경련이 재계의 의견을 모아 마련한
"기업 경영풍토쇄신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비자금파문에 따른 자구책으로 지난달 3일 발표한 "대국민 사과성명"의
구체적 실천방안을 담은 전경련의 이번 선언은 "기업 윤리헌장"을 제정하고
"경영풍토쇄신 추진특별위원회"를 설치키로 한 점이 특히 눈에 띈다.

또 대우그룹의 경영합리화 방안은 김우중회장의 지분축소를 통한 소유와
경영의 분리쪽에 무게를 두고 있긴 하지만 전경련이 발표한 중소기업 지원
강화, 공익사업확대 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초의 그룹단위 실천선언
이라고 할수 있다.

대우그룹이나 전경련의 선언은 한마디로 이번 기회에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경영풍토를 쇄신해 새로운 국민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의 천명
으로 해석된다.

물론 김우중회장의 지분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 대우의 선례는 다른
그룹들의 입장에서 볼때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지만 각 그룹들은 비자금
파문으로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내부사정과 여론
을 감안한 합리적 개혁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이같은 잇따른 자정결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이번 비자금파문에 견줄만한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재계는
비슷한 결의를 했었지만 실행에 옮겨지지 않은채 별로 달라진것 없이 같은
상황이 되풀이돼 왔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날의 그와같은 현상은 여건상 재계의 힘만으로는 타개하기 어려운
사안들이 많아 결과적으로 사과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모든 상황과 여건이 판이하게 달라져 있다.

재계에 단호한 의지만 있다면 정경유착의 고리를 단절할수 있는 여건이
성숙돼 있다.

때문에 재계의 거듭되는 자정선언이 기업인들의 구속사태를 면하기 위한
1회용 몸짓으로 그쳐서는 안되며 확실한 실천의지가 따르지 않으면 안된다.

두말할 나위없이 국가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기업경영의 투명화와
선진화가 정부정책의 투명화와 규제해제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엄밀한 의미로 이 두가지는 동시에 이루어져야만 효과를 거둘수 있다.

이번에야 말로 우리 기업들은 정경유착의 질곡에서 벗어나 "경제의 정치
예속"이 아닌 "정경동반자적 관계"를 정립하겠다는 각오로 새출발해야 한다.

먼저 정치가 달라지고 기업이 달라지면 국민의 시각도 달라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신설되는 경영풍토쇄신 추진특위가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은 앞으로 시장
경제원리를 지키지 않는 기업은 무조건 도태되는 엄정한 경쟁질서를 확립
하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기업윤리헌장이 빛을 발하려면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기술
개발과 경영전문화,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세계 일류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도덕경영의 실천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