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이 우리사회를 밝게한다는 경험을 한국경제신문독자에게 전하고
싶어 이글을 쓴다.

며칠천 대구에서 큰집 4촌 여동생의 결혼식이 있어 1주일전에 오전
7시30분 동대구행 새마을호 기차표를 예매했다.

예매를 할때 기차의 도착시간과 기차역이 서울역보다는 영등포역이
가까웠기 때문에 영등포역에서 탈수 있는지도 물어보았다.

영등포역에서 탈수 있다고 하기에 결혼식 당일 아버님과 임신 8개월째인
아내, 그리고 꼬마를 대동하고 영등포역으로 향했다.

역에 도착하니 아침 7시5분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개찰구쪽에 7시30분발 새마을호 표시가 없었다.

역무원 한테 물어보니 7시30분 새마을호는 영등포역에서 정차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재차 물어보았으나 대답은 똑같았다.

대구에서 결혼식이 오후 1시라 늦어도 8시30분 기차는 타야했다.

더욱이 큰아버님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아버님이 대신 신부를 데리고
결혼식장에 입장해야 하는데 늦으면 결혼식을 망치는 것이었다.

이시간에 서울역으로 가서 차를 타기는 이미 늦었으나 다른 방법이
없었다.

서울역으로 가 안내창구에서 사연을 이야기 했다.

역무원이 죄송하다며 컴퓨터를 통해 여기저기 알아보더니 8시30분
새마을호 기차표 1장이 반표되었으니 1시간늦었으나 그표를 이용하라며
매표창구 역무원에게 연락을 하고 나에게 메모를 해주었다.

그것도 불안했던지 내뒤를 따라와 확인을 해주는 것이었다.

그순간 고소까지 생각했던 분노가 씻은듯이 사라졌다.

한사람의 부주의로 인해 철도공무원 전체를 불신하게 되었으나 결국
한사람의 친절로 이 모든것이 불식되어 버린것이다.

아버님은 먼저 출발하시어 결혼식에 늦지 않으셨고 나와 아내는
9시30분 기차를 탔기에 식이 끝난후에 도착했지만 결혼식은 무사히
마칠수 있었다.

친절한 서울역 역무원께 다시한번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

김석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