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란 희로애락처럼 본능적으로 외부에 나타나는 감정을 말한다.

종래 정서는 일반심리학 임상심리학 정신의학등에서 주로 연구되어 왔으나
최근들어서는 유전학 신경생리학등에서 새롭게 주목되고 있다.

김경희연세대교수(53.심리학)는 그동안 우리학계가 등한시해온 정서이론에
대해 주목, 그동안의 연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정서란 무엇인가"
(민음사간)를 펴냈다.

김씨는 이책에서 정서에 관한 여러 이론및 생리학을 중심으로 한 정서
발달, 정서측정, 정서이상및 치료등에 대해 소개했다.

"정서란 주관적이고 개인적이어서 정의하기가 힘듭니다. 개인의 성격을
이루는 요소로서 감정과 지능을 다루는 인지와는 구분됩니다. 물론 인지와
마찬가지로 인간정신활동의 심층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는 인간은 누구나 분노 공포 기쁨 슬픔등의 정서를 갖고 있으나 사회의
문화와 규범에 따라 표현방식이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정서의 본질과 강도에도 심리학의 대전제인 개인차가 있습니다. 유전적인
요인도 크지요. 그러나 개인의 정서는 이렇다고 얘기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
역동적인 개념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와관련, 정서에 영향을 끼치는 환경적 요인으로 위계 영역 정체
시간등 네가지를 들고 있다.

"정체는 나는 누구이며 무슨 집단에 속해 있는가와 같은 기본적 문제와
관계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집단구성원의 가장 중요한 준거는 성별
종족 연령 종교 직업및 지리죠. 이러한 준거들이 서로 갈등을 일으킬 때
정체감이 상실되죠. 정체감이 결여되면 거절과 혐오의 정서가 생겨납니다"

그는 특히 정서는 단계별로 발달하는 것이라면서 시기별 정서의 변화에
대해 언급한다.

"청소년기에는 대부분 정서가 흥분되어 있습니다. 생리적 차원에서 감정의
변화가 많은 때이기 때문이죠. 이럴 때 정서를 억압하면 부작용이
일어납니다. 성인기에 들어가서 환경이 안정되면 정서도 안정됩니다"

김교수는 아울러 정서와 관련된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꼬집는다.

"한국인들은 유교전통에 의해 자신의 감정을 바깥으로 표출시키지 못하도록
교육받아 왔습니다. 따라서 정서장애를 일으키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는등
사회병리적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참는 것은 미덕이 아니라
자기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는 결론적으로 정서장애는 모든 정신병의 근원이므로 건강하고 긍정적인
생활을 통해 정신건강을 지켜가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교수는 고려대심리학과및 대학원을 거쳐 독일 튀빙겐대에서 심리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연세대 아동학과교수로 재직중이다.

< 오춘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