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과 강택민중국국가주석간의 한중정상회담은 지난 92년 수교
이후 정치 경제 안보면에서 보여온 양국간 협력관계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주석이 중국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는 사실 자체
만으로도 양국의 우호협력관계는 한차원 높게 진전됐다는 지적이다.

유종하청와대외교안보수석은 이번정상회담에 대해 "양국정상이 현재 진행
되고 있는 초고속 협력관계에 만족을 표시하고 이관계를 계속 지속시키는
길을 닦는데 의미가 있는 회담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중간의 경제협력은 지난 3년간 무역규모와 인적교류등이 모두 배이상으로
크게 증가하고, 중국에 대한 투자규모도 4배이상으로 늘어나는등 급속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

이에반해 특별한 경제현안은 거의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양국간 경제협력
관계는 순조로운 편이다.

양국정상은 이러한 경제협력관계에 만족을 표시하고 양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산업간 제휴를 통한 질적인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했다
는 점에서 경제적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지난해 3월 김대통령의 중국방문시 합의한 중형항공기의 공동개발을 조기에
착수키로 하고, 중국 산동성 원자력발전소건설과 러시아가스전개발에 대해
협력키로 합의한 점등이 그것이다.

양국정상은 또 이러한 산업간 협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인적교류를
확대한다는 방침아래 중국의 직업훈련분야에서도 적극 협력키로 합의했다.

김대통령은 북경의 직업훈련센터건립에 한국정부가 지원할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또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체제구축에도 커다란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강주석이 이번방한기간중 북한과의 군사동맹관계청산등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에 대한 입장변화를 천명하지 않았지만 북한의 변화와 개방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것으로 기대된다.

한반도문제와 관련, 양국정상은 남북문제는 남북간 당자간간의 대화를
통해 풀어 나가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한반도문제와 같이 어려운 문제일수록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세에 거스르지
않게 인내력을 갖고 아태지역과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처리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유수석은 전했다.

국제무대에서의 협력방안에 대해 심도깊게 논의한 것도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로 꼽힌다.

유엔안보리상임이사국인 중국과 최근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된 한국은
국제정치무대에서 아시아권을 대표해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야될 입장이기
때문이다.

양국정상은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일본정치인들의 계속적인 망언에 대해
비판적 입장에서 인식을 같이했다.

일본의 그릇된 역사관에 양국정상이 모두 강도높은 비판을 가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대일관계에 있어 공동보조를 취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줬다.

강주석은 "일본과 우호관계가 이뤄지길 바란다"면서 "그 전제조건으로
과거 인민들에게 준 군국주의의 재난에 대해 일본은 정확한 역사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과거 역사에 대해 일본이 그릇된 역사인식을 가질때에는 우호관계가
이뤄질수 없다는 경고성 발언으로 해석된다.

강주석은 이어 "어떤 역사도 말살될수는 없다"고 강조하면서 "일본의 일부
인사들이 아직도 그릇된 역사인식을 갖고 중국및 아시아침략을 부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대통령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일본은 지금까지 30번이나 망언을
계속해 왔다"면서 "이번에는 기어이 버르장머리를 고쳐야겠다"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특히 "문민정부의 도덕성에 입각해 과거 군사정부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에도총무청장관발언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일정상
회담은 물론이고 외무장관회담도 안하기로 지시를 내렸다"고 밝혀 일본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일본의 그릇된 역사인식은 아시아지역은 물론 세계평화와 직결된다는게
김대통령의 인식이다.

<최완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