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파문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돼 내년 투자
증가율이 20%선에도 못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작년 이맘때 조사한 금년도 투자증가율 39.8%에 비하면 절반수준에도
못미칠 뿐만 아니라 비자금사건발생직전인 지난 10월중순 조사한 30대그룹
의 96년 시설투자계획(42조9천9백45억원)증가율 23.2%에 비해서도 크게
낮아진 것이다.

전경련은 14일 오전 현대 삼성 LG등 14개그룹 자금담당임원들을 긴급
소집, 최근 경기동향과 내년 설비투자계획을 점검한 결과 이같이 밝혔다.

이와함께 수출과 해외수주도 감소조짐이 나타나고 있는등 기업경영 각부문
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이같은 투자위축은 "경기가 이미 하강국면으로 진입한데다
비자금파문으로 투자마인드가 크게 저하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들의 위축된 투자마인드를 되살리고 경영의욕을 회복하기 위한 투자
활성화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자금담당 임원들은 대부분 <>비자금파문이후 주가폭락
에 따른 자금조달의 어려움 <>수출여건악화 등을 예로 들어 내년도 기업
경영은 극히 보수적인 추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들은 자금조달의 어려움외에도 해외투자시 자기자본조달비율규제등 각종
투자관련규제, 경쟁심화에 따른 기대수익률하락, 총선등으로 인한 정국
불안, 노사관계불안등을 꼽았다.

이런 요인에다 원화절상추세가 가속화되는등 불투명한 경영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내년 투자계획수립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에따라 내년사업계획수립이 전반적으로 지연되면서 경영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기업들은 우려했다.

특히 회의참석자들은 중소기업의 경우 담보및 신용부족으로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이 어려운데다 비자금사태이후 사채시장마저 냉각되면서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연쇄도산, 경기후퇴를 가속화시킬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또 비자금파문이 해외에 보도됨으로써 수출 해외투자 해외건설
수주등 각 부문 영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가 기업이미지가 함께 나빠져 한국상품의 수요가 감퇴되고 있으며
수출가격및 수주가격이 적정한지에 대해서 해외거래선들이 의구심을 표시
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현대 삼성 LG 선경 한진 기아 포항제철 한화 효성
두산 동양 한라 진로 삼미그룹의 자금담당임원 또는 간부들이 참석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