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실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역사추리소설이 잇따라 출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부분의 역사소설이 과거속의 시공간을 무대로 한것과 달리 이들 작품은
미스터리기법을 활용, 어제와 오늘을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시킨다.

짧게는 600년전 조선건국에서 길게는 2,000년전의 고조선까지를 아우르며
90년대의 독특한 "세상읽기"를 제시하는 것.

최근 출간된 이철원씨의 "제국의 신화"(전3권 서적포간)와 앞서 나온
이상우씨의 "북악에서 부는 바람"(전2권 동아출판사간), 최보식씨의
"김유신 무덤에서 뛰쳐나오다"(조선일보사간)등이 화제의 책.

"제국의 신화"는 고대가요 "공무도하가"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서울인사동의 카페 "하"에 모인 세 젊은이가 4년전의 살인사건을 접한다.

한 재벌2세가 변사체로 발견되자 공무도하가에 나오는 백수광부의
초상화가 눈물을 흘렸다는 놀라운 얘기.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 과정에서 세사람은 고조선의 신화속으로 거슬러
올라가 새로운 역사를 발견한다.

백수광부는 미치광이 술주정뱅이가 아니라 고조선의 마지막왕 추나였으며
공무도하가는 추나가 왕권의 상징인 천부인을 안고 물속으로 뛰어들 때
아내 아화가 왕의 자리를 노리고 천부인을 뺏기 위해 뒤쫓아오며 불렀던
노래라는 해석이다.

그때 살해된 추나가 2,000년의 세월을 넘어 재벌2세로 환생했으며 아화는
권력욕이 강한 회장의 며느리로 태어나 또다른 암투를 벌인다.

"북악에서 부는 바람"은 조선건국초기의 격동적인 역사를 오늘의 현장으로
이끌어낸 미스터리물.

두개의 이야기가 입체적으로 엮어졌다.

하나는 태조 이성계가 둘째부인 소생인 방석을 세자로 책봉하자 첫째
부인에게서 난 방원이 혁명을 일으켜 노쇠한 아버지를 무력화시킨뒤 왕권을
차지하는 내용.

또 하나는 이때의 회오리가 오늘날의 광통교 복원으로 이어져 전개된다.

600년전의 역사현장을 추적하던 사람들이 그 당시 사라진 보물의 정체가
드러나자 이를 차지하기 위해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인다.

작가는 보물찾기 살인사건에 말려든 건축학도 김용세와 옛비극의 주인공을
같은 이름으로 등장시켜 역사의 호흡을 하나로 잇고 있다.

"김유신 무덤에서 뛰쳐나오다"는 삼국통일의 주역이었던 김유신이 사후
100년만에 다시 일어나 난세를 평정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김유신이 무덤에서 나와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삼국유사의 한 대목을
화두로 삼아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 허구를 혼합했다.

삼국으로 분열된 1,300년전의 역사위에 남북으로 갈라진 오늘의 현실을
겹쳐 바람직한 통일의 밑그림을 제시하고 있다.

< 고두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