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1일 노전대통령의 소환조사때 별다른 수확을 거두지 못한 검찰은
3일 이현우전경호실장이 기업체명단을 상당부분 진술함에 따라 기업체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검찰은 파악된 기업체명단을 분석,관련기업대표 소환일정을 맞추는등 준비
작업에 부산하다.

특히 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과 배종열 전(주)한양회장을 소환키로 결정해
앞으로 기업체대표들의 검찰행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그룹 총수에 대한 검찰의 본격 소환조사 제1호는 한보그룹
정태수회장이나 배 전회장이 될 전망.

정회장은 3백69억원의 비자금을 노씨에게 실명전환해 주었고 배전회장은
2백억원의 자금을 건넨 혐의.

특히 배전회장은 직접 돈을 건넨 기업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검찰이 공식
확인을 해준 셈.

정총회장은 4일 오전에 검찰에 출두하기로 했으나 배전회장은 집을 비운채
연락이 되지 않은 상태.

<>.김우중대우그룹회장이 노씨의 비자금 계좌를 실명전환해 주었다는
사실이 검찰수사결과 드러나자 검찰주변에서는 이를 재계에 대한 본격수사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검찰일각에서는 "대우그룹건은 한보그룹 정총회장이 노씨의 비자금을
실명전환해준 사실이 밝혀진데 이어 두번째이기는 하지만 노씨의 소환조사
이후 나온 것인만큼 이를 재계수사의 신호탄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해석.

<>.검찰은 이날까지 무려 3차례나 소환된 이 전경호실장이 예상보다 수사에
상당한 도움을 준 듯 흐믓해 하는 표정.

안중수부장은 "이씨가 상당히 머리가 좋은 사람인 것 같다"며 "노씨에게
돈을 건네준 기업체들의 이름을 생각보다 상당히 많이 기억하고 있더라"고
언급.

<>.검찰은 이미 언론에 상당부분 거론된 한보의 정총회장과 (주)한양의
배전회장을 제외하고는 앞으로 수사선상에 오르내리거나 소환되는 기업체에
대해 절대 비밀로 할 것임을 거듭 천명.

안중수부장은 "정씨와 배씨의 경우 이미 여러차례 언론에 거론된데다
검찰에서도 조사를 받은 일이 있는 등 이미 알려진 사실인 만큼 소환조사를
발표했던 것"이라며 "앞으로는 이같은 발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

<>.검찰이 3일 오후 브리핑에서 전날 소환돼 철야조사를 받았던 이
전청와대 경호실장을 이날 낮 12시15분께 귀가조치 했다고 발표하자 이씨의
귀가장면을 촬영하려고 대기하던 사진기자들은 매우 허탈해 하는 모습.

보도진들은 검찰이 앞으로 기업총수등의 소환시기 등에 대해 별도로 발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데다 소환자를 기자들을 피해 주로 뒷문을 이용
하거나 식사시간대를 골라 소환하거나 귀가조치 하고 있어 앞으로 이들의
취재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걱정하는 모습.

<>.6공 비자금 수사가 장기화되면서 정치권에서 노전대통령의 사법처리
여부및 수위를 놓고 왈가왈부하는데 대해 검찰이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해
눈길.

안강민 중수부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언론이 너무 앞서 보도해 오히려
수사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운을 뗀뒤 "특히 우리가 열심히 수사하고
있는데도 정치권이 왈가왈부 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강한 톤으로
비판.

<>.3일 오후3시께 정태류변호사(55)가 안강민중수부장을 만나기 위해
대검청사를 방문, 이미 한보그룹 정총회장이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

안중수부장은 "정변호사와 정태수씨 문제로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며
"정변호사가 정총회장의 구체적 혐의등을 묻길래 "아무런 일도 아니다"고
해 물리쳤다"고 대화내용을 소개.

안중수부장은 이어 "정변호사가 정총회장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것 같은
인상을 받았으나 정확치는 않다"며 "정변호사와 정총회장이 인척관계에
있는지의 여부는 잘 모른다"고 부연.

<윤성민.한은구.송진흡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