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골프시즌도 막을 내렸다.

쌀쌀해지는 날씨와 더불어 이제부터는 골프의 "스토브 리그"가
시작되는 셈이다.

골프 스토브 리그의 핫 이슈는 단연 박세리(18,공주금성여고3)문제이다.

박세리는 내년2월 고교 졸업후 바로 프로로 뛰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박은 금년만 오픈대회 4승에, 중학3년이후 총 6번이나
오픈대회우승을 차지,일찌감치 프로를 능가하는 실력을 입증한 선수이다.

문제는 "그와같은" 박에 대한 프로자격부여 여부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현재 "박세리 역시 프로테스트를
받아야 하는등 모든 규정에서 예외없음"을 천명하고 있다.

프로테스트는 프로가 될만한 실력과 자질을 시험하기 위한 것.

바로 그런면에서 박의 프로테스트는 불합리한 느낌이 짙다.

한국여자골프역사상 처음으로 오픈대회를 모두 석권하다시피한
선수에게 실력유무를 시험하는 절차를 다시 밟게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더 깊은 문제는 프로테스트이후에 있다.

KLPGA의 규정상 프로자격을 획득한 선수는 2개월간 연수를 받아야
국내대회에 출전할수 있고 또 1년간은 외국대회출전이 금지돼 있다.

금년부터 시행된 이 규정에 대해 협회측은 "소속감을 고취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스포츠세계에서의 1년은 선수생명을 좌우할수 있는 기간이다.

특히 세계무대를 노크할수 있는 자질의 선수입장에서는 너무도 귀중한
기간으로 볼수 있다.

들리는 얘기로는 박세리측과 협회측간에 워낙 갈등의 골이 깊어
치유불능이라고 한다.

한쪽은 "해도 너무 한다"는 입장이고 다른 한쪽은 "할테면 해봐라.

규정은 규정이다"라는 입장이다.

박은 최악의 경우 미국이나 일본에서 먼저 프로행을 시도 할수 있다.

그러나 "정상적 절차 밟기"가 모두를 위해 바람직 한석은 분명하다.

<>.규정의 전제조건은 "한국골프의 발전"과 합리성이다.

영국 R&A도 금년 영국오픈의 규정을 고쳐 65세의 아놀드 파머의
고별무대를 만들어 냈다.

박이 세계적선수로 성장할지 못할지는 아무도 장담할수 없다.

그러나 "박의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최선의 과정과
환경"을 조성해 주는게 한국골프계의 도리일 것이다.

모든 판단은 "한국골프 발전"이라는 한가지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 김흥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