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대통령의 경호실장과 안기부장을 지낸 이현우씨(57)는 "6공화국
초기부터 노 전대통령의 통치자금을 관리해 왔으며 퇴임을 전후해 신한은행
에 예치된 통치자금 잔액은 4백85억원이었다"고 밝혔다.

이씨는 23일 새벽3시께 검찰조사를 마치고 귀가하기 직전 30여분동안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시 통치자금은 노 전대통령이 직접 수표로
건네줬으며 조성경위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에 입금된 비자금이 6백억원이라는 말이 있는데.

<>지금까지 3개계좌만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4개계좌다.

노 전대통령 퇴임직전인 93년2월 1백30억원 1백억원 1백10억원 1백45억원이
각각 예치된 계좌를 갖고 있었다.

이중 1백30억원짜리는 퇴임을 전후해 사용, 현재는 9억2천만원만 남아있다.

따라서 노 전대통령이 통치자금으로 사용하다 남은 자금은 3백64억2천만원
이다.

이 돈이 남은 돈의 전부이며 다른 은행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자금의 조성경위와 관리 방법은.

<>조성경위는 전혀 모른다.

다만 노 전대통령이 그때그때 필요할 때마다 불러 수표로 건넸다.

-통치자금이 수백억원이나 남은 사실은 노 전대통령도 알고 있는가.

<>자세한 액수는 모르지만 대충은 알고 있었다.

-그동안 1백21억여원을 사용했다는 얘기인데 어디다 사용했나.

<>잘 모른다.

자금 조성과 지출 내역은 내가 알 필요가 없었다.

-언제부터 대통령의 통치자금을 관리했으며 통치자금의 총 규모는 어느
정도였나.

<>취임초부터 내가 맡았으며 통치자금의 총규모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은 통치자금 관리에 관계하지 않았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데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는 않다.

대통령으로부터 내가 지접 받았고 경리과장인 이태진씨가 입금시키는 일을
했다.

-통치자금을 관리한 장부는 있나.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입출금시켰고 그때마다 보고했으며 이과장도
별도로 장부를 두지 않고 구두보고만 했다.

-자진출두하게 된 경위는.

<>지난 17일 미국에서 귀국, 시차적응도 제대로 되기 전에 국회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처음에는 나와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다 예금통장을 확인해보고
알았다.

이후 노전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율사출신들과 상의한뒤 출두하게 됐다.

-처음에 노 전대통령도 신한은행의 통치자금 예치사실을 알고 있다고
했는데 박계동의원 발언직후 연희동에서 박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하겠다는 의사는 그렇다면 노 전대통령이 거짓말한 것이 아니냐.

<>상세한 것을 보고하지 않아서 대통령은 몰랐을 것이다.

-대통령의 통치자금이 상업은행 효자동지점에 "청우회"와 "KHS" 명의로도
개설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금시초문이다.

전혀 기억에 없다.

그러나 효자동지점은 청와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 청와대 자금을
대부분 취급했다.

통치자금의 일부가 효자동지점에 일부 예치됐는지 모르겠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통치자금으로 사용하다 남은 돈을 노 전대통령은 어떻게 사용하려 했는가.

<>퇴임후 공익사업에 쓰려고 했다.

-명의를 빌려준 하종욱씨에게 세금문제를 해결해 주겠다고 했으면 상황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차명계좌인줄 알았으면 당연히 그렇게 했을 텐데 최근까지 가명계좌에
예치돼 있는 줄 알았다.

-퇴임이후 거의 돈을 인출하지 않은 것은 실명제 때문인가.

<>그렇다고 볼수 있다.

-지금 심정은.

<>각하를 가장 측근에서 보필하다 이렇게 돼 각하께 죄송하다.

그리고 국민들에게도 심려를 끼쳐드려 무엇으로 사죄해야할지 모르겠다.

-만약에 이번 사건으로 사법처리된다면.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실정법을 위반했다면 피할수 없는일 아닌가.

잘못한 일이 있다면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다.

-3백64억원의 통치자금을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개인적으로 국고에 헌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위"에서 결정할 것이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