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전기업종의 올 하반기 취업기상도는 한마디로 말하기 어렵다.

응시자 편에서 보자면 맑음이다.

회사쪽에서 보는 시각은 가뭄이다.

햇볕이 너무 따갑다는 얘기다.

그 이유는 이렇다.

회사측에서 보면 사람이 한없이 필요한 상황이다.

반도체 가전 전자부품등 전자산업 전반의 경기가 대호황세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할일은 많은데 사람은 없다.

뽑아도 뽑아도 인력이 모자란다.

응시자편에서는 싫을 리가 없는 날씨다.

취업문이 좁다는 것은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입사할 수 있다는 오해는 버리는 것이 좋다.

전자업체가 필요로 하는 인재가 갖춰야할 조건이 까다롭다는 뜻이다.

사람은 많이 필요한데 입사자격을 갖춘 인력의 공급이 과연 따라줄
것이냐가 문제란 뜻이다.

올 하반기 전자업계가 뽑으려는 인원은 작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적다.

이말은 전체 채용인원이 줄어들었다는 뜻이 아니다.

대부분 업체들은 이미 상반기에 많은 인원을 선발했다.

그룹 공채와는 별도로 입사시험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도 많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하반기 그룹공채를 통해 선발할 인원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삼성그룹은 이번 공채로 모두 3,000명을 선발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공채선발인원중 1,800명을 달라고 그룹측에 요구하고 있다.

삼성그룹으로서는 전자에 많은 인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요청인원을 다 내줄 수 없는 형편이다.

다른 계열사에서 요구하는 인력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성그룹과 삼성전자의 실랑이는 계속되고 있다.

LG전자도 상황은 같다.

LG는 300명의 인원을 이번 공채를 통해 뽑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목표 인원의 70%정도만 배정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게
인사담당자들의 전망이다.

취업문은 이처럼 넓지만 응시자들이 통과하기란 여간 까다롭지 않을 것
같다.

전자산업이 최근 엄청난 변화를 보이고 있어서다.

외국의 기술을 들여다가 조립한 뒤 질이야 어떻든 많이만 수출하면 된다는
생각이 달라지고 있는 것.

자체기술로 제품을 만들고 해외업체와 힘겹게 경쟁해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상식시험으로 입사여부를 결정짓던 행태가 없어진 것은 바로 이같은
환경변화에 따른 것이다.

신입사원들이 갖춰야 할 입사조건이 달라지고 있는 것.

우선 영어는 기본이다.

그것도 문법과 독해가 아닌 생활영어다.

전자분야는 해외업체와의 교류가 어느 업종보다도 많다.

해외영업도 가장 활발한 편이다.

해외생산법인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현지에 판매하는 현지생산판매체제
구축도 가속화되고 있다.

따라서 각 업체들은 종업원들에게 외국사람과 같은 사고를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필수가 될 수 밖에 없다.

인문사회계와 이공계 출신들은 작년보다는 좀더 취업문이 넓어졌다고
할 수 있다.

전자분야는 과거 전자.전기과 출신이여만 입사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
됐다.

하지만 작년부터 작은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학과를 불문하고 선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올들어서는 삼성 LG 대우등 가전3사를 중심으로 "이공계 학과불문"이
확산될 전망이다.

모든 학문이 한 뿌리에서 출발해 결국에는 하나로 모아지듯이 연구개발도
마찬가지다.

요즘의 연구개발은 단순한 기계개발이 아니다.

사람에게 편리한 기기 개발이 초점이다.

기계와 인간을 일체화 시키는 현상이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LG전자가 커뮤니카토피아라는 연구소를 만들고 인문사회계열의 고급인력을
고용해 편리한 기계를 연구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예다.

기계의 기능은 첨단화되면서 인간에게 더욱 친숙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전자나 전기등의 지식만을 가지고는 경쟁력있는 제품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삼성전자 인사담당자는 "연구개발 조직의 경우 물리 화학 지학은 물론
심리학등 다양한 전공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를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디자인등 특수분야 전공자들도 노려볼만한 입사공간이 많다.

가전제품에 인테리어 기능이 부가되면서 색채 모양등 디자인 분야의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태부족인 상태다.

각 업체들이 또 게임기 CD(콤팩트 디스크)롬 등의 사업을 강화하면서
창작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선호하는 추세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