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멤피스 북쪽으로 145km 떨어진 일대에는 인공적으로 조성된
새들의 낙원이 있다.

그곳에서 고독한 수행을 하던 한 이슬람교 성자가 70평생을 바쳐
새들의 안식처를 마련해주었던 것이다.

그는 사후에 그곳에 묻혀 "시데 엘 타리"(새의 성자)라 불리어졌다.

그 성자의 묘지 부근 일대는 1880년 이래 해마다 이른 봄이 되면
이집트 나일강유역에 사는 모든 새들의 메카로 변한다.

헤아릴수 없이 많은 새떼들이 모여들어 며칠동안 햇빛을 가린 나머지
낮을 밤으로 착각할 정도가 된다.

믿을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이집트 사람들 사이에는 그 대집회에
관해 그럴듯한 이야기가 꾸며져 전해진다.

새들은 대집회가 열리는 며칠동안에 1년간 일을 맡아서 처리할
정부각료와 열두달동안 성자묘지 주위의 공중을 날아다니면서 경비에
임할 몇마리의 새를 뽑기위한 토론을 벌인다.

각료와 경비반을 확정한 뒤 그 모임은 대음악회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이 이야기로 미루어 본다면 그 모임에는 평생을 조류 애호에 바친
"새의 성자"에 대한 감사와 추모의 뜻이 깃들여 있다 할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급격한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그와 반대로
자연적으로 생성된 새들의 낙원마저도 인간들에 의해 파괴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새들의 감사는 커녕 저주를 받을 환경이 된 것이다.

동양 최대규모이자 천연기념물 제179호인 낙동강하구의 을숙도
철새도래지가 몇년안에 그 자취를 찾을수 없게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충격적인 조사보고서가 나왔다.

경성대 조류연구소의 조사결과를 보면 을숙도에서 관찰된 철새가
91년의 71종 2만4,837마리에서 94년의 60종 1만3,465마리로 격감되었다.

3년사이에 종류는 12%, 마리수는 46%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138종 10여만마리의 철새가 모여들어 장관을 연출하던 과거의 "건강한
을숙도"를 생각해 보면 그 병이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가를
쉽게 짐작할수 있다.

을숙도를 동서로 횡단한 낙동강 하구둑의 건설에 따른 생태계 변화,
공장폐수와 생활오수의 유입으로 인한 먹이의 감소, 섬 주변의 정치망
설치에 따른 먹이의 차단, 인근 김양식장의 병충해 예방용 염산
과다살포로 인한 수질오염등 인재가 겹친 결과의 산물이다.

한국에도 "새의 성자"와 같은 조류애호가가 나타나야 될 때가 된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