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 하나로 정보고속도로를 달린다''

대기업들이 경영의 ''중추 신경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정보관리망을 새롭게
가다듬기에 부산하다.

특히 신규사업 진출을 활발하게 모색하고 있는 삼성 LG 대우 등 대기업그룹
들이 정보네트워크를 재구축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삼성그룹은 오는 2000년까지 전체 그룹 정보체계를 하나의 통신망으로 묶는
''싱글''이란 정보인프라를 구축하는 작업에 한창이다.

이를 위해 국내에선 처음으로 연내 음성 화상 데이터등 멀티미디어 서비스
가 가능한 통신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

97년까지는 해외의 5개 지역본사와 60개 현지법인및 복합생산단지를 1개의
통신망으로 잇는다.

"새스컴(SASCOM)"이란 해외전용 네트웍을 통해서다.

이렇게 되면 삼성이 추구하는 국내외 통합정보망이 완성된다.

연초 "구본무체제"로 사령탑을 바꾼 LG그룹도 공격적인 경영 전략을 전개
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정보 인프라를 가다듬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회장 취임직후 그동안 팀장을 공석상태로 두는등 유명무실하게 운영돼온
전략지원팀을 정비하는 일부터 서둘렀다.

이를 바탕으로 <>경영환경 <>인물 <>도서 <>그룹내부 등 분야별로 정보
관리체계를 갖춘 "LG 트윈스"망을 단계별로 구축해 나가고 있다.

경영환경정보의 경우 그룹계열사 임직원들이 외부에서 수집한 정보를
"속보 정보"로 임시 데이터베이스에 보관한 뒤 전략지원팀에서 뉴스 밸류를
분류하고 "보안.신뢰등급"을 매겨 트윈스망에서 보관.관리하는 식이다.

대우그룹은 "데이시스(DASIS)"라는 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

전임직원들로 하여금 수시로 각종 정보를 입력하는 것은 물론 조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내 정보의 외부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정보를 <>일반사원 <>부장급
<>임원 <>최고경영자등 계층별로 등급화해 관리하고 있다.

중견 대기업그룹 중에선 코오롱그룹이 정보관리에 가장 선진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오롱은 올초 "콘사이스(Computer Network of Core Information Service
for Executive)"란 정보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부문별 정보를 구축.관리해 온 기존의 "키킨스"시스템을 발전적으로 확대
개편한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의 특징은 매뉴얼이 필요치 않을 정도로 쉽게 작동할수 있다는
점이다.

각 계열사의 재무제표등 중요 정보는 물론 영업 경쟁사동향 인물정보 등이
단말기 하나만 두드리면 줄줄이 엮어져 나온다.

"핵심 정보만을 관리.제공한다"는 취지에 맞춰 불필요한 정보는 과감하게
폐기하고 있는 것도 이 시스템의 특징이다.

코오롱은 이 시스템의 소프트웨어를 최근 국내 모은행에 판매하기도 했다.

운용방식에 대한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얘기다.

그룹 종합기획실 관계자는 "정보관리체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구축하느냐
에 따라 기업의 총체적인 경쟁력이 좌우될수 있다"며 "콘사이스망이 다른
기업들로부터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업계 전반에 정보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말한다.

두산그룹도 "베어스 네트"라는 정보관리 시스템을 최근 새로 구축해 재계의
주목을 모으고 있다.

이 시스템의 특징은 정보를 주제.부문별로 분류해 신속한 입력과 검색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공개정보를 중심으로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과 경쟁사 대응전략등을
담고 있는 "봉화"를 비롯해 <>속보위주의 "소식통" <>인맥을 활용한 인물
정보를 담는 "베어스팬" <>신문 잡지등 공개자료에 수록돼 있는 경쟁사
정보를 시계열적으로 분류한 "기업 정보"등 짜임새있게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현대 선경 쌍용 한화등은 현재 계열사 단위로 운용되고 있는 정보
관리 네트웍을 그룹차원으로 통합 관리하는 작업을 추진중이다.

대림그룹같은 경우는 그룹기획실과 13개 계열사의 정보망을 하나로 묶은
"BBS(Bulletin Broadcasting System)"를 최근 구축해 활용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각 대기업그룹들의 업종등 사업구조 개편작업이 빨라지고
신규사업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회장등 최고경영진의 효율적인 정보장악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정보체계를 그룹 차원에서 표준화해
얼마나 신속하게 공유하느냐 하는 것은 단순한 경쟁력문제를 넘어선 사활의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 이학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3일자).